"정부, 미래 성장 위한 인프라 투자 제대로 안 해" 비판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이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홍콩은 한해 20조원이 넘는 재정 흑자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2017∼2018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1천600억 홍콩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2017∼2018회계연도가 끝나려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지만, 작년 말까지 재정 흑자 규모는 벌써 1천200억 홍콩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연간 1천600억 홍콩달러 흑자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홍콩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163억 홍콩달러의 무려 10배에 가까운 재정 흑자 규모이다.
홍콩 정부가 이 같은 재정 흑자를 만끽하는 것은 중국 본토인의 막대한 투자 덕분으로 해석된다.
홍콩 정부의 최대 수입원은 부동산과 주식을 매입할 때 부과하는 인지세(stamp duty)인데, 홍콩을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는 본토 자금이 몰리면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지세 수입이 연평균 9.4%씩 급증했다.
막대한 흑자에 홍콩 정부의 '인색한' 재정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득세 수입 감소와 복지비용 지출 증가 등으로 2021년부터 정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을 우려해 긴축 재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었으며, 보다 과감한 재정 정책이 필요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막대한 흑자를 쌓아놓은 결과 재정 유보금은 작년 말 현재 무려 1조7천억 홍콩달러(약 236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공공 인프라 확충, 노인 복지 확대, 청년 교육 투자 등에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싱크탱크 'HK골든50'의 프랭클린 람 대표는 "사회적, 경제적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 홍콩의 사무실, 호텔, 병원들은 그 비용이 너무나 비싸졌다"며 "이제는 정부가 미래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때"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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