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하마스 집안싸움에 인구 200만 가자지구 일상 붕괴중

입력 2018-02-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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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하마스 집안싸움에 인구 200만 가자지구 일상 붕괴중
돈줄 말라 생필품·공공서비스 대란…"숨만 붙은채 산다"
미국 지원삭감에 설상가상…"이스라엘 향한 '분노의 역류' 임박"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가자지구 통치권을 두고 팔레스타인 파타 정파와 현재 통치 중인 강경파 하마스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이곳 주민 200만여명의 일상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는 지난 2007년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내몰린 이후 하마스를 압박해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양 정파의 대립으로 돈줄이 말라 생계가 막막해진 가자지구 주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압박이 계속될 경우 가자지구 주민들의 분노가 이스라엘을 향해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에 등을 돌리도록 압박하고자 지난 10년 넘게 가자지구를 봉쇄해왔다.


이런 조치를 비웃듯 하마스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와 이어진 터널을 통해 밀수되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해 재정을 꾸렸다.
그러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이후 가자지구와 연결된 이집트 라파 국경검문소를 폐쇄하고 가자지구와 시나이 반도로 이어지던 터널도 폐쇄하도록 하마스를 압박했다.
이와 동시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난해 가자지구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고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전력량 감축을 요청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루 4시간만 전력을 공급받았다.
하계속된 압박에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파타와의 통합에 합의하고 매달 2천만달러(약 217억원)의 세수를 거둬온 이스라엘 케렘 샬롬 국경 통제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인도하면서 가자지구 내 상황도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약속한 권한 이양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양측의 화해 분위기가 냉각했다.


하마스는 자치정부가 공무원의 임금을 지불할 때까지 조세 수입을 넘기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고 자치정부는 조세수입을 먼저 넘기라며 버티고 있다.
NYT에 따르면 양측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가자지구 내 돈줄이 말라 주민들의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다.
자치정부 공무원 수천명이 조기 퇴직을 했고 남은 공무원들도 임금이 40% 삭감됐으며 하마스 소속 경찰 공무원 등 4만여명은 수개월째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두 달 전 명예 퇴직한 가자지구 전 공무원 무함마드 아부 샤반(45)은 연금을 받으려 은행 ATM 기기 앞에서 6시간을 기다려 예전 월급 1천320달러(약 143만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285달러(약 31만원)를 받았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주지 못했고 아이 6명에게 푸성귀만 먹이는 데도 이달 치 연금 대부분을 지난달 외상으로 사 먹은 식료품 대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며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울먹였다.
어린 손자 3명에게 과거 당나귀 사료로 쓰던 푸성귀를 먹이려고 요리하던 자키아 아부 아즈와(57)는 "숨만 붙어있을 뿐 우리는 죽었다"고 하소연했다.
상점에는 물건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지만, 사가는 손님이 없어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한 상인들이 감옥을 채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자지구 내 의약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의료시설들은 문을 닫고 있으며 하루 12시간만 전력이 공급되면서 병원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식수는 거의 마실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미처리 하수가 해안과 어장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이스라엘 당국과 국제구호기구 관계자들은 콜레라 발병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함으로써 하마스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화물과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 등을 심각하게 제한해 가자지구에 인도적 위기 상황을 불러올 경우 이스라엘에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스라엘 육군에서 가자지구 접경지역을 책임지는 예후다 폭스 준장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합의가 무산될 경우 하마스가 가자지구 주민들의 분노를 이스라엘로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문제라고 할 것이고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나서자, 전쟁을 시작하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한 이스라엘도 최근 국제사회에 가자지구에 대한 10억 달러(약 1조847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최대 지원국이던 미국은 오히려 올해 예산 중 6천만달러(약 653억원)를 삭감해 사태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을 상대로 세 차례 전쟁을 벌인 하마스는 국제사회의 기류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땅한 선택지가 없을 경우 결국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NYT는 "엄포이든 절박감이든 가자지구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봉쇄에 대항하는 집단행동에 대한 논의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는(집단행동) 언제든 인명피해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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