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문하면 3월 중순 수령 가능…개인 고객 급증
제조한 지 10년 이상 된 소화기 교체 시기와도 맞물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소화기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직장인 윤모(35)씨는 최근 집에 놓을 소화기를 사려다가 마음을 접었다. 매장 다섯 곳에 전화했으나 모두 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대형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집이나 사무실에 소화기를 구비해 놓으려는 사람이 늘어 '소화기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재용품 전문매장에서는 소화기가 대부분 동났고, 소화기 제조공장에는 주문이 밀려 다음 달 중순은 돼야 물량이 풀릴 정도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경남 밀양 세종병원 등에서 화마가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소방방재용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친구들과 소화기를 공동구매했다는 직장인 조모(40·여)씨는 "집에 불이 났는데 소화기가 있던 사람들은 살고, 없던 사람들은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라"며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소화기를 샀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신모(29)씨도 잇단 화재 소식에 괜한 걱정을 늘어놓던 여자친구에게 디자인 소화기를 선물했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선물용으로는 투박한 일반 소화기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소화기 공장에는 소화기를 소매로도 판매하느냐는 전화가 하루에도 20∼30통씩 걸려온다.
공장 관계자는 "건조한 겨울철이면 소화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2월까지 물량이 부족해 허덕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에는 개인 고객이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4∼5배 수준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 소화기 공급물량이 유난히 부족한 데에는 만든 지 10년이 지난 분말소화기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가 겹친 영향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분말소화기 사용기한을 10년으로 정하고, 성능검사를 받으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소방용품의 품질관리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지난 1년은 계도기간이었고, 올해부터는 사용연한이 10년 지난 소화기를 비치했다가 당국에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소화기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도 상승했다. 인터넷 등에서 소화기는 2만5천원에 판매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0∼30% 정도 오른 수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방재용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공장에 높은 가격을 불러 물건을 떼오는 경우가 있다"며 "그 결과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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