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보호 위해 거짓말" 해명에도 비판 거세…야권, 사퇴요구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할브 제일스트라 네덜란드 외교장관이 지난 2006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네덜란드 정치권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특히 야권은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연립여당은 사임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내부에선 장관의 행동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제일스트라 장관은 최근 네덜란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지난 2006년 자신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실토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자유민주당(VVD)의 2016년 콘퍼런스를 비롯해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2006년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모임에 갔고, 그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大) 러시아' 건설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서방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역설해왔다.
제일스트라 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모임에 갔던 인사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고, 익명의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그 모임에 참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야권인 노동당(PvdA) 소속의 한 의원은 NO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교장관이 문제가 있다. 제일스트라 장관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전체의 신뢰성이 위험에 빠졌다"면서 "전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어서 네덜란드의 평판에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가 러시아에 대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는데 제일스트라 장관이 거짓 정보를 확산해왔다며 'X 묻은 돼지가 겨 묻은 돼지를 나무란 격"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당(SP)은 "이제 누구도 제일스트라 장관의 말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PVV와 PvdA는 오는 14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 제일스트라 장관에게 러시아 방문 전에 긴급 토론을 갖자고 요구했다.
연립여당 내부에서도 장관의 행동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다만 연립여당에선 그의 말이 거짓말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고했던 러시아의 위협은 여전하다며 사임에는 반대하며 파문이 조속히 진정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연립여당인 기독교연합(CU) 소속의 한 의원은 제일스트라 장관의 발언은 "정확하지도 않고, 불필요했다"면서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대 러시아 건설'을 위해 일해왔고, 일하고 있다는 경고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독민주당(CDA) 소속 의원도 "제일스트라 장관의 행동은 지각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의 위협 신호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제일스트라 장관의 '친정'인 VVD도 그의 거짓말은 현명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VVD로서는 그런 말(러시아 위협)이 나온 방법보다 말한 내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사임에는 반대입장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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