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남북대화가 새장 열어…미, 압박못지 않게 외교노력 해야"(종합)

입력 2018-02-13 15:14  

WSJ "남북대화가 새장 열어…미, 압박못지 않게 외교노력 해야"(종합)
"외교 통해 북핵속도 늦출수 있어…동맹국도 외교적 의지 원해"
미 전문가도 WSJ 기고문서 "백악관, 文정부와 조율된 정책이 필수적"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가 북핵 위기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못지않게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날 '새로운 공식: 북한에 대한 압박과 외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WSJ은 한국이 열어놓은 평창동계올림픽 문으로 북한이 걸어들어왔고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문을 열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아직 그 문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니오'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확실하지 않고, 핵미사일을 장거리에 정확히 타격할 신뢰할만한 시스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보당국도 미국의 정책목표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수용할지, 또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왜 대화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아직 '남은 시간' 동안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타진하기 위해서라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WSJ은 외교를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게 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실험보다 대화에 나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는 국제사회의 단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지지하는 동맹국들도 미국의 외교적 의지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대북 경제 영향력 행사를 원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적 압박과 함께 모든 외교 옵션을 소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적 노력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한국과의 균열을 피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국제정치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 미 바드대학 교수·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이 '김여정의 산산조각난 올림픽 꿈'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싣고 외교적 노력과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드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 행보와 이를 둘러싼 미디어의 과열된 보도, 반대로 북측 대표단을 외면하고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 때 기립하지 않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태도를 대비시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방북 초청이라는 '북한의 미끼'를 덥석 물지 않고 먼저 북미 직접 대화를 권하는 등 신중하고 똑똑하게 처신했다고 평가하면서 "김여정이 빈손으로 돌아간 반면 '외교 금메달'을 딴 것은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김여정 방남과 남북 해빙 무드의 연출로 정치적 탄력을 얻고, 한국의 지지 없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에 상기시켰다고 분석했다.
군사 행동을 시사하고 고강도 제재를 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북한을 핵포기의 길로 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근으로 300만 주민의 집단 사망까지 감수한 정권을 경제 압력으로 굴복시킬 가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역대 미 대통령들이 '핵 없는' 북한과의 전쟁조차 거부한 마당에 수십 개의 핵무기를 갖춘 현재의 북한과 싸우는 것은 훨씬 덜 매력적인 생각이라며 군사옵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미드 교수는 "서울의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은 북한과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이지 전쟁을 도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 모든 노력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과 같다"며 "때때로 외교는 정상이 보이지 않아도 일련의 작은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끈기있게 위로 오르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종류의 느린 외교적 노력에서 중요한 점은 미국의 동맹을 단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동계올림픽에서의 소동은 백악관에 다가올 몇 달, 몇 년 동안 문 대통령과 조율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김여정과 그의 오빠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이 이날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는 글을 잇따라 게재한 것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외교전에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것과 대비된다.
WSJ는 11일 '평양 올림픽'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화정책을 펴는 한국 정부와 남을 잘 믿는 서방언론 덕에 '감옥국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버금가는 이미지 변신 홍보 효과를 거뒀다"면서 북한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외교전의 최대 승자라고 주장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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