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대치 상황 강조…EU "나토와 경쟁 아닌 보완" 해명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말 자체 안보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이른바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키며 사실상 유럽군 창설의 토대를 구축한 데 대해 미국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새로이 위력을 과시하려는 러시아와 맞서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나토의 위상 약화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의 나토담당 케이티 휠바거 수석부차관보는 "나토로부터 기본적인 것들이나 병력을 빼 EU로 떼어놓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휠바거는 또 EU 내 협력 강화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내 나토 회원국들의 역할을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PESCO가 나토에 상호 보완적이며 나토의 활동과 함께 인프라나 법체계 등 기본적인 것들을 훼손하지 않을 때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 휠바거의 입장이다.
휠바거의 이번 발언은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나토 회원국 동료들을 브뤼셀에서 만나 국방비 증액을 촉구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또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을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의 가장 앞자리에 놓으며 나토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길 바라고 있다.
EU 28개 전체 회원국 중 영국과 덴마크, 몰타를 제외한 25개국은 지난해 12월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PESCO 출범 행사를 했다.
PESCO는 무기의 공동 연구개발 및 구매, 의료부대 창설, 훈련센터 설립, 사이버 국방, 유럽 내 군 기동성 개선 등 17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EU 회원국 간 안보·국방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PESCO의 출범은 미국 주도의 나토에 안보를 의존해온 EU가 독자적인 안보능력을 도모하고 '유럽군(軍) 창설'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EU 관리들은 PESCO가 나토 위상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 나토와 경쟁보다는 보완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미국의 우려에도 공동의 국방이나 안보 정책 추진하려는 EU를 막으려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될 뿐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발라섹 소장은 FT에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도 4년간 EU의 방위 정책을 차단하려 했지만 결국 그것을 막기보다는 길을 내주는 쪽으로 결론지었다"며 "배는 이미 떠났다"라고 말했다.
EU는 독자적인 안보능력 구축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병합,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나토와의 관계 재설정 움직임 및 군사비 지출 확대 요구, 영국의 EU 탈퇴, 국가가 지원하는 사이버테러 등이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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