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문어발식 기업 인수로 자금난에 처한 중국 HNA(海航·하이항)그룹이 총 6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를 훌쩍 웃도는 규모의 해외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NA는 홍콩의 옛 카이탁(啓德)공항 부지 두 구획을 14일까지 핸더슨랜드(恒基兆業地産)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HNA는 이 땅을 산 채 1년도 안 됐지만 매입가보다 약 12% 높은 160억 홍콩달러(2조2천200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신용조사업체 본드크리틱의 와룻 프롬본 이사는 "HNA가 전략적 유턴을 하는 게 분명하다"며 "개발업체들이 12% 이익만을 위해 땅을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HNA는 3억6천600만 파운드(5천500억 원)에 구입한 영국 런던 캐너리 워프의 건물 2개를팔려고 브룩필드 자산관리 등 투자자와 예비 협상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역대 최고가에 구입한 건물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미니애폴리스의 상업 부동산 등 40억 달러(4조3천400억 원)의 부동산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호주 시드니의 오피스 빌딩을 블랙스톤에 2억500만 호주달러(1천750억 원)에 팔았다.
HNA는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곳곳에 145억 달러(15조7천250억 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HNA는 자사가 최대주주인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일부 줄이는 등 보유 지분 매각에도 나서고 있다.
스페인 NH호텔 그룹과 미국 선사 도리안LPG, 차이나드래곤(華龍)증권, 톈진(天津)항공 지분도 팔았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며 스위스의 게이트그룹과 스위스포트 인터내셔널의 기업공개(IPO)도 계획하고 있다.
HNA는 작년 6월 말 현재 1천900억 달러의 자산과 250억 달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HNA가 부동산과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1분기 최소 150억 위안(2조5천억 원)의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HNA의 단기 부채는 1천852억 위안(31조6천970억 원)으로 현금과 수입 규모를 웃돌았다.
HNA는 상반기에 1천억 위안(17조1천40억 원)의 자산을 팔아치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HNA의 위안화 표시 1년물 회사채 금리는 투자자의 기피 탓에 올들어 2배 수준인 14.2%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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