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상 첫 총수 부재 "예상못해 충격"…주요 사업 멈추나

입력 2018-02-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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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상 첫 총수 부재 "예상못해 충격"…주요 사업 멈추나
10조원 이상 투자한 해외사업 타격 우려
비상경영체제 가동…"사업에 별다른 영향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기자 =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13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으나 두번째 고비는 넘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실형을 면하면 롯데는 '뉴 롯데'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롯데는 그룹 총수 구속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원은 추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참담하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 당장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신 회장 개인의 해외 정·재계 네트워크와 인맥에 상당 부분 의존해온 롯데의 해외사업에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그동안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러시아 등지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 해외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확대하던 터여서 이를 주도하던 신 회장의 유고(有故)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재일교포라서 파생된 롯데만의 독특한 한일 통합경영 역시 구심점인 신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상당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총수인 신 회장의 유고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롯데의 해외사업이다.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롯데 계열사의 임원들은 최근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곤혹스러운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신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우리 사업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 확실한가'라는 것이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롯데 임원들은 일단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파트너사를 안심시키기는 했지만, 막상 신 회장의 실형이 선고된 마당에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
최근 롯데는 전 사업부문이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기존에 진출한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 외에도 중앙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런 해외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가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2016년 6월 롯데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케미칼이 진행 중이던 미국 액시올사(社) 인수를 포기하고 호텔롯데도 해외 면세점·호텔 인수 작업을 접었던 것이 비근한 사례다.
신 회장이 수감돼 경영상 주요 결정이 미뤄지면 이런 '경영 위축' 현상은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절한 시점과 과감한 결단이 승부를 가르는 M&A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구축해온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의 상호 신뢰와 우호적 관계가 무너질 경우 사업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롯데가 동남아와 인도, 유럽, 미국 등지에서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해외사업의 규모만 10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KS가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에 대한 부지사용권한을 사들였으며 지난해 토지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현재 플랜트 기초 설계 단계로, 투자 예상 규모만 40억 달러에 달한다.
롯데 화학부문은 유럽 생산거점에도 2억 달러가량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가 인수를 추진했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계획을 접었던 액시올사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레커 사업에는 약 35억 달러가 투자된다.
신 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1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사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인맥 구축과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을 맡은 뒤 지난 2016년 방한한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을 접견하고 현지 투자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러시아에서는 2015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우호훈장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글로벌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그 원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롯데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유고에 따라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와 4개 사업부문(BU)장 등의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된 비상경영체제가 꾸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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