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에 기고문 실어 학대피해 심각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백악관 전 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의 피해 당사자가 12일(현지시간) 가정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글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했다.
가정폭력 의혹으로 사퇴한 백악관 롭 포터 선임 비서관의 전 부인 콜비 홀더니스는 기고문에서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의 발언에 크게 실망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포터 전 비서관의 가정폭력 논란이 거세지자 콘웨이 고문은 최근 CNN방송에 출연해 '피해자들의 주장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두둔하는 듯하면서도 포터 전 비서관과 염문설이 제기된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에 대해 "매우 강한 여성"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홀더니스는 가정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여성들이야말로 매우 강한 여성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대는 공포스럽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며, 또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끊임없이 지속되는데, 이러한 폭력적 관계를 견뎌내며 살아가려면 힘(strength)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롭의 분노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모멸적이고 장황한 비난 세례를 견디며 수년을 살았다"며 "(롭의 학대는) 내 자립심과 자아 존중감을 조금씩 갉아먹었다"고 털어놨다.
홀더니스는 이런 이야기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도 힘이 필요한 일이라면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믿게 하는 것 또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캔들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백악관 내부에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는 식으로 일축하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람들의 삶이 단지 혐의만으로 산산조각이 나 망가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부정적인 기사들만 반복하고 있다"는 등의 트윗을 올린 바 있다.
홀더니스는 "조각난 삶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살아가는 것도 힘이 필요하다"며 "난 우울증으로 대학원을 장기 휴학해야 했고, 마침내 롭과 헤어졌을 땐 자신감이 너무도 파괴된 상태여서 직업을 구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홀더니스는 많은 학대 피해자들이 자녀 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피해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번 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도 자발적인 폭로가 아닌, 롭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대는 빈부 차이,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며 "특히 빛나는 이력서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직장 환경 속에서 동료들이 그의 폭력적인 본성을 감지해내지 못한다"고 일침을 놨다.
홀더니스는 포터 전 비서관의 첫번째 부인으로, 두번째 부인인 제나 윌러비와 함께 이번 가정폭력 스캔들의 피해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포터 전 비서관의 가정폭력 의혹, 힉스 공보국장과의 염문 의혹을 제기하면서 홀더니스가 포터 전 비서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눈 주위가 멍든 사진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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