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회담…미국에 '힘실어주기' 발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미국이 중동 외교에 잰걸음을 하는 가운데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전날 카이로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미국이 중동 평화협상의 주요 보증인으로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협상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하고 포괄적인 해결책은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보장하고 국제적 결의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이라는 게 이집트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에는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교부 장관도 배석했다.
엘시시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미국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작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뒤 미국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의 우방으로 꼽히는 이집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1일 이집트를 시작으로 쿠웨이트, 요르단, 레바논, 터키를 잇따라 찾아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중동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자로 발행된 이스라엘 일간 '이스라엘 하욤'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타결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반드시 확신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이례적으로 쓴소리했다.
아울러 엘시시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와 시리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집트가 벌이는 테러리즘과 전쟁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엘시시 대통령은 미국과 이집트가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 증진에 계속 노력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집트 수뇌부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오는 3월 예정된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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