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순실 징역 20년', 이게 법의 엄중함이다

입력 2018-02-13 20:04  

[연합시론] '최순실 징역 20년', 이게 법의 엄중함이다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 씨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13일 최 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을 언도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억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1심 형량은 이보다 낮지만, 이 사건 관련자 중에는 가장 엄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2016년 가을 국정농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이 받은 마음의 상처와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법원이 최 씨를 준엄하게 심판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초래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이로써 국정농단 관련자 중 아직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람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이 남았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출연금 강요 외에 삼성에서 받은 승마지원, 대기업 뇌물수수 등 최 씨에 대한 공소사실의 상당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국정농단의 주역이고, 주요 책임도 두 사람한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최 씨에게 적용된 18개 혐의 중 12개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인정된 부분도 주목된다. 향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양형에 참고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70억 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신동빈 회장을 법정구속한 것에서도 정경유착을 엄중히 심판하려는 재판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업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권력의 힘에 의지하려 한 재벌기업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최 씨 재판부는 주요 쟁점에 대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하기도 했다. 최대 쟁점인 경영승계 청탁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최 씨 딸 정유라 씨가 탄 말 3마리의 소유권이 사실상 최 씨에게 있었다면서 73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봤다. 앞서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말은 뇌물이 아니라면서 최 씨가 삼성에서 받은 뇌물액을 36억 원만 인정했다. 두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 대법원이 최종 정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재판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범인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작년 말부터 궐석으로 파행하고 있다. 본인이 법정 출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에게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하고,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 등이 추가됐다. 그래서 적용된 혐의도 21개로 늘어났다.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국정농단의 전말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사법부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검찰도 1심에서 최 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최 씨가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국내에 은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대검찰청에 신설된 범죄수익환수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은닉 재산 추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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