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당 부패 비난하며 '청렴' 강조하던 이미지에 타격 불가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기성 정당들의 부패를 맹비난하며, 투명성과 청렴함을 내세워 창당 9년 만에 집권을 노릴 정도로 급성장한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내달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암초를 만났다. 소속 의원 일부가 세비를 허위로 반환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는 12일(현지시간) 일부 의원들의 세부 허위 반환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한 결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오성운동의 한 관계자는 허위 반환 액수가 당초 언론이 제기한 금액보다 더 큰 100만 유로(약 13억원)에 이른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앞서 이탈리아 풍자 TV프로그램인 '레 이에네'(Le Iene)는 지난 11일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전 오성운동 활동가의 제보를 인용, 오성운동의 거물급 정치인인 안드레아 체코니, 카를로 마르텔리 등 2명의 의원이 31건의 허위 송금 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세비 약 10만 유로를 실상은 반환하지 않고도 반환한 것처럼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제보자는 이 프로그램에 "오성운동 의원들에 의해 반환된 총액은 그들이 반환했다고 공표한 액수에 훨씬 못미친다"며 "그들은 스스로 (의적)로빈후드라고 말하고 있으나, 실상은 (민초를 억압한)노팅엄의 보안관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레 이에네는 의혹을 부인한 두 의원을 추가 취재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두 사람은 전화도 받지 않고, 페이스북 계정도 차단하는등 은둔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디 마이오 대표는 당초 '레 이에네'의 폭로에 대해 "단지 회계상의 문제"라고 말하며 두 의원을 감쌌으나, 자체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두 사람에게서 내달 4일 실시되는 총선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그는 "모든 썩은 사과들을 버릴 것"이라며 "누구도 오성운동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의혹이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지만, 다른 정당에서 이런 사람들은 장관이 된다"고 항변했다.
오성운동은 2009년 창립 당시부터 시민들의 세금으로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상하원 의원, 유럽의회 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매달 받는 세비의 절반을 이탈리아 재무부가 관리하는 중소기업 지원 자금으로 반환하도록 원칙을 정해, 이를 시행해 왔다.
기성 정당과는 차별화된 이런 조치는 지지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며 지지세를 빠르게 넓히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오성운동은 현재 지지율 28% 안팎을 보이며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달 총선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극우정당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오성운동을 따돌리고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연합은 현재 합계 지지율 37%를 넘나들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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