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빙상 입문 후 어린 시절부터 기대 한몸에
1,500m 압도적 금메달로 다관왕 시동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최민정(성남시청)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어릴 때부터 전국 무대를 평정하며 빙상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괴물 여중생'으로 불리던 중학생 때는 고교생 '언니들'을 모두 압도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세계를 제패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 최민정은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든든한 에이스로, 쇼트트랙 여제 칭호를 넘보고 있다.
17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한국의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최민정이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것은 6살 때다.
아빠의 권유로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가 유치부 스케이트 대회에 출전한 것으로 계기로 선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했다.
최민정은 "재미로 타기 시작한 스케이트가 내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한 최민정은 중학교 때까지 동계체전에서 줄줄이 메달을 수확했다. 2014년 1월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전 종목을 석권해 4관왕에 올랐다.
그해 소치올림픽에서 심석희라는 눈부신 신예를 발견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심석희보다 한 살 어린 '제2의 심석희'의 출현에 잔뜩 흥분했다.
'제2의 심석희'가 심석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된 최민정은 2014-2015시즌 처음으로 시니어 대표팀에 발탁됐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줄줄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3월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더니 이듬해 2연패에도 성공했다.
일찌감치 '쌍두마차'로 함께 묶였던 언니 심석희와 함께 최민정은 지난 4년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착실히 쌍끌이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ISU 1∼4차 월드컵에서는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500m와 1,000m, 1,500m와 3,000m 계주까지 전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64㎝, 55㎏ 가냘픈 체격의 최민정은 빙판 위에만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아직은 소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선한 웃음의 대학생은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 오르면 고글 안쪽으로 '얼음공주'다운 무표정으로 무서운 눈빛을 쏘아내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다. 작은 체구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온다.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최민정이 다른 선수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혼자만의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국 쇼트트랙 여제 1호인 전이경은 최민정을 두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 선수"라는 극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중학생 시절 최민정은 인터뷰 요청에 도망 다니던 수줍음 많던 선수였지만,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도 신중하고도 당차게 할 말을 한다.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둔 갓 스물의 선수에겐 부담스러울 법도 한 '전관왕 전망'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하지 않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앞서 500m 결승에서 아쉬운 실격으로 메달을 놓치고도 굴하지 않고 "가던 길 마저 가자"던 최민정은 두 번의 실수 없이 1,500m에선 압도적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넘치던 자신감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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