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민정의 눈물…그는 2년 전부터 500m에 모든 걸 걸었다

입력 2018-02-14 05:00  

[올림픽] 최민정의 눈물…그는 2년 전부터 500m에 모든 걸 걸었다
스타트 능력 키우기 위해 근력 운동과 체중 조절 집중
몸의 자세와 스케이트 날 방향까지 바꾸며 세밀한 준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모든 노력 물거품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성남시청)이 '올림픽 500m 금메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6년 여름이다.
당시 주 종목 1,000m와 1,500m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오른 최민정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사상 첫 4관왕(500m·1,000m·, 1,500m·계주)에 도전하겠다며 500m를 겨냥한 맞춤형 훈련을 소화했다.
500m는 그동안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동양 선수 특유의 기술력과 작전 보다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파워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얼음을 지치는 스타트 능력에서 한국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에게 크게 밀렸고, 올림픽 역사상 단 한 번도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했다.
최민정은 스타트 능력을 키우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훈련에 집중했다.
근력 운동과 자세 교정이다. 그는 2016년 여름을 거의 통째로 근력 운동에 매진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도 체구가 작은 편에 속하는 최민정은 신체적 불리함을 훈련으로 메웠다.
특히 다리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매일같이 독하게 '추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세밀한 부분도 신경 썼다. 출발선에서 몇 번 라인에 서는지에 따라 몸의 기울기와 스케이트 날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절했다.
최민정의 소속팀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최민정이 500m 예선에서 스타트를 끊을 때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있더라"라며 "대표팀 훈련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스타트 자세를 찾으려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500m를 위해 몸무게도 조절했다. 그는 지난 2016년 겨울 강릉에서 열렸던 테스트이벤트를 마친 뒤 근육을 단련해 몸무게를 미세하게 키웠다.
1,000m와 1,500m, 계주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이상적인 체중을 찾아 수개월 동안 근력 운동과 몸무게 조절에 신경 썼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지만 500m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KBS 진선유 해설위원은 "그동안 많은 한국 선수들은 500m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단거리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최민정은 오래전부터 500m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한 듯하다"고 말했다.
진 위원은 "주변 남자 선수들에게도 500m 훈련법에 관해 많은 것을 물어보며 (남자 선수들이 소화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최민정은 지난해 10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제1차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500m를 포함해 4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평창올림픽에서 4관왕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실력과 철저한 준비, 자신감을 갖춘 최민정은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500m에서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2년간 흘린 엄청난 양의 땀과 눈물을 보상받는 듯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경기 후 만난 최민정은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어 괜찮지만, 지금까지 힘들게 준비했던 것이 생각나 눈물 난다"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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