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한국 귀화 고민할 때 그러라고 해…옳은 결정이었다"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루지 싱글 경기가 열린 13일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는 특별한 손님이 와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아일렌 프리슈(26·경기도체육회)의 독일인 부모였다.
이들은 관중석에서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고, 딸은 전체 30명의 선수 중에서 8위에 올랐다.
아쉽기는 하지만, 한국 루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경기가 다 끝난 뒤 만난 프리슈의 어머니 엘리자베스(49)는 "경기 내내 너무 흥분됐다"면서 "심장이 계속 쿵쾅쿵쾅 했다"며 소리 내서 웃었다.
프리슈는 대한루지경기연맹이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긴급 수혈한 선수다.
그는 세계 루지 최강국인 독일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경쟁에서 밀리자 2015년 은퇴했다.
프리슈는 연맹의 설득에 한국행을 결심했고, 2016년 11월 그의 특별귀화 안건이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어머니는 딸이 한국행을 놓고 고민하던 때를 떠올리며 "나한테 자기가 한국으로 귀화하면 어떻겠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다"며 "옳은 결정이었다. 아일렌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독일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프리슈는 한국 국적을 얻은 덕분에 스포츠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인 올림픽 무대도 밟았다.
어머니는 "정말 자랑스럽다"고 반복하고는 "어느 부모가 안 그렇겠냐"고 반문했다.
부부는 9일 열린 개회식 하루 전에 한국에 도착해 주로 서울에 머물렀다.
올림픽을 앞둔 딸의 훈련과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 율리우스(55)는 슬로베니아-독일 이중 국적자로 아내와 달리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남편은 독일인이자 슬로베니아인, 나는 독일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뒤 "그리고 우리 딸은 한국인"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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