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축 나토, EU의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에 촉각·경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작년 12월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자체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에 합의한 데 대해 미국을 주축으로 그동안 유럽안보를 책임져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에 나섰다.
그동안 나토에 참여해왔던 EU 회원국들이 자칫 독자노선을 강화해 'EU군(軍)' 창설 등을 통해 안보문제에서 미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을 배제하고 나설 경우 나토의 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국방장관회담을 하루 앞둔 13일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U의 새로운 방위협력이 나토 동맹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회견에서 "EU가 유럽안보를 보장하는 데 있어 대서양동맹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럽이 방위비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환영하지만 나토의 계획과 조정이 돼야 한다면서 "나토와 EU가 경쟁하기 시작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동맹국들은 안보 즉 유럽에 대한 보호는 나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작년 12월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과 덴마크, 몰타를 제외한 25개 회원국은 'PESCO' 협정에 서명하면서 새로운 무기· 군사 장비에 대한 공동연구·개발, 공동구매, 의료부대 창설 등 군사 협력 강화에 합의, 유럽군(軍) 창설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의 나토 담당 케이티 휠바거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11일 언론인터뷰에서 "나토로부터 기본적인 자원이나 병력을 빼 EU로 떼어놓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PESCO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케이 발리 허치슨 나토주재 미국 대사도 전날PESCO와 관련, EU가 군사협력 프로젝트에서 미국 방산기업들을 배제하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치슨 대사는 "우리는 이것(PESCO)이 EU의 보호주의적 장치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경우가 된다면 우리의 강한 안보동맹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유럽이 강한 능력과 힘을 갖기를 원하지만, 미국 제품이나 노르웨이 제품, 영국 제품은 배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U는 PESCO 협정에서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구체적인 임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뒀다.
이에 따라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에도 PESCO에 참여할 수는 있도록 했다.
하지만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의사결정엔 참여하지 못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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