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갈등하는 터키도 미 대사관 거리에 쿠르드 토벌작전명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편 대사관 거리에 각각 공격적인 이름을 붙이며 유치한 '도로명 외교전'을 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방송 RT는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LDPR) 소속 의원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바로 인근 거리 이름을 '북미의 막다른 길(North American Dead End)'로 바꾸자는 계획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주러 미 대사관의 공식 주소는 '북미의 막다른 길 1'이 된다.
모스크바 시청에 제출된 이 제안서는 이달 중 열리는 도시이름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움직임은 앞서 미국 워싱턴 D.C.가 주미 러시아 대사관 거리 이름을 피살된 러시아 야권 정치인의 이름으로 바꾸기로 한 결정에 대한 보복성이다.
워싱턴 D.C. 시 의회는 지난달 러시아 대사관 건물 앞 거리명을 고(故) 보리스 넴초프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 운동을 벌인 유력 야권 지도자였다.
그는 2015년 2월 크렘린 궁 인근에서 총을 맞아 숨졌다.
워싱턴 D.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당시 러시아 정치인들은 "비열한 책략"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날 터키 앙카라시도 미국 대사관 주변 거리 이름을 '올리브가지' 거리로 바꿀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도로명 외교전에 가세했다.
올리브가지는 터키가 지난달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격퇴하겠다며 돌입한 작전명이다.
YPG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 만큼, 올리브가지 작전은 미국의 우려를 샀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군이 주둔 중인 시리아 북동부 만비즈에서 즉각 철수하라며 미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미국과 터키의 대립은 최근 들어 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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