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집이죠"…설 연휴에 첫 함정 근무 나선 여경들

입력 2018-02-16 08:00  

"배가 집이죠"…설 연휴에 첫 함정 근무 나선 여경들
여수해경 500t급 함정 3척에 여경 6명 배치
단정 타고 불법조업 단속…남녀구분 없이 임무 수행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설은 가족과 못 보내지만, 배가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수해양경찰서 경비함인 508함에 탑승한 박슬기(27·여) 경장은 16일 설날을 맞은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여수해경이 최근에 여경 6명을 함정 근무로 발령을 내면서 박 경장은 지난 8일 508함에 배치됐다.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통역 요원으로 여경이 승선하기도 하지만, 여수해경은 남녀 구분 없이 여경을 함정 근무에 투입했다.



13일 여수에서 출발해 4박 5일 일정으로 연안 해역 경비에 나선 박 경장은 동료 여경인 오춘희(37) 경사와 함께 근무 중이다.
박 경장과 오 경사는 일선 파출소와 경찰서 등에서 일했지만, 바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백도와 거문도 인근 해역을 순찰하며 해안 경비를 하거나 응급 환자를 이송한다.
처음에는 뱃멀미로 고생했지만, 차츰 파도에 익숙해지면서 적응하고 있다.
박 경장은 "사무실에서만 일하다 보니 현장 경험이 없어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며 "해안 경비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미혼인 박 경장과 달리 기혼인 오 경사는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오 경사는 "첫 출동이어서 아이들에게 얘기는 해줬는데, 막상 엄마와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명절을 가족과 못 보내 죄송하지만, 많이 이해를 해주신다"고 말했다.
24시간 움직여야 하는 함정 근무지만, 여경도 다른 남성 직원처럼 같은 조건 속에서 근무해야 한다.
박 경장은 "항상 긴장 속에서 주·야간 근무에 투입되지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해경이 보유한 500t급 함정 3척에는 박 경장과 오 경사를 비롯해 516함 박수아(40)경위·박미정(31)순경, 517함 임신혜(39) 경사·최은진(36) 경장 등이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고속단정을 타고 불법조업선박을 단속하거나 레이더 탐지와 함정 조타, 사무 등 일반 업무도 맡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성차별을 없애고, 여경들의 해상업무 파악을 위해 항해·기관·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하게 됐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업무를 꼼꼼히 챙겨 남자 해경보다 업무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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