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지세 모은 뒤 기자회견 계획도…군부 비판세력 활동촉진 목적"
(방콕·홍콩=연합뉴스) 김상훈 안승섭 특파원 = 실형이 예상되는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뒤 숨어지내던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재계 주요 인사와의 면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 따르면 최근 오빠인 탁신 전 총리와 함께 중국에 갔던 잉락은 지난 10일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다시 13일 홍콩으로 출발했다.
특히 불과 일주일새 동북아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한 잉락 전 총리가 일본 방문 중 아베 총리 면담을 시도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태국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의 솜차이 사왕깐 원내총무는 일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잉락이 아베 총리와 면담을 시도해왔으며 정계 및 재계의 오랜 지인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잉락의 일본 방문은 당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면서 "그녀는 관광비자로 입국했으며, 캄보디아 또는 몬테네그로 여권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솜차이 원내총무는 "잉락이 홍콩에서 해외 지지세력을 모은 뒤 이달 말 또는 3월 초 기자회견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며 "이를 통해 태국 내 군부정권 비판세력의 활동을 촉진하고 혼란을 유발하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태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잉락은 재임 중이던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한 쌀 고가수매 정책을 폈다.
이는 탁신 일가의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 농민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정부를 무너뜨린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지난 2016년 10월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8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또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와 수매한 쌀의 판매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부패를 방치한 혐의(직무유기)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재판이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해온 잉락은 지난해 8월 25일 실형이 예상되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고, 대법원 형사부는 지난달 27일 궐석재판을 열어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자취를 감춘 잉락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12월에는 런던 서부 셰퍼즈 부시에 있는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잉락의 오빠인 탁신 역시 지난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고 2년 뒤 실형이 예상되는 권력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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