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철새 접근 막아라"…지자체 폭음기·독수리연 보급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야생 철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농장주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폐사한 고니나 흰뺨검둥오리 사체, 하천 변에서 채취한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터라 야생 철새가 AI를 퍼뜨리는 주범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야생 철새가 농장 주변에 날아드는 것을 방치했다가 닭·오리가 AI에 덜컥 감염되기라도 하면 모두 도살 처분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겨울철만 되면 야생 철새를 쫓는 게 농장주들의 일과가 됐다.
야생 철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최첨단 장비를 설치하는 가금류 사육농가도 있다.
충주의 한 육계 농가는 독수리 모형의 최첨단 조류 퇴치 장비를 농장에 설치했다.
독수리 눈에서는 농장으로 접근하는 야생 철새의 시야를 교란할 수 있는 레이저가 발사되고 철새가 싫어하는 초음파는 물론 실제 독수리 소리도 난다.
한 달가량 이 장비를 사용해 본 농장주는 "철새가 농장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태양광으로 충전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거의 들지 않지만 가격이 비싸고 초음파나 모형 독수리가 내는 소리 탓에 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오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흠이다.
음성군은 가금류 사육농가가 많은 맹동 지역의 하천 변에 카바이드 폭음기를 설치했다.
500g의 카바이드만 있으면 12시간 내내 엽총을 쏠 때와 비슷한 폭발음을 낼 수 있다. 특수도금 처리가 된 폭음기의 소리통에서 동물이 싫어하는 소리도 나온다.
열흘 정도 지나면 야생조류가 다시 모여들기는 하지만 철새의 접근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게 농장주들의 평가다.
다만 가축은 물론 행인들도 폭음에 깜짝 놀라 자치단체에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독수리 모양의 연을 보급하는 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관내 가금류 사육농가 24곳에 독수리 연 31개를 공급했다. 철새의 천적인 독수리 모양의 연을 띄워 철새가 가금류 사육농장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독수리가 농장 주변을 배회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 1개로 1㏊를 커버할 수 있다"며 "약한 바람에도 잘 나는 데다 가격도 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새들이 다시 모여든다는 게 단점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야생조류 접근을 막으면서 꼼꼼하게 방역하면 AI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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