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등대지기의 설날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어요"

입력 2018-02-16 08:01  

부산항 등대지기의 설날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어요"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설 연휴의 설렘을 접고 마음만 고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배의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를 지키는 항로표지관리원(등대지기)도 이들에 속한다.

"흔히들 사람들은 등대지기를 외로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바빠서 외로울 틈도 없습니다. 명절이면 더 긴장하고 있어야죠."
영도 등대를 29년째 지키고 있는 김흥수(51) 부산항 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장과 19년 차 정태현(48) 주무관은 설 연휴 영도 등대를 지키고 있다.
부산에서 112년째 한 자리에 서 있는 영도 등대는 설 연휴에도 불을 밝히기 때문이다.
영도 등대는 주간에는 2명, 야간에는 1명이 교대로 근무를 선다.
IT 기술의 발달로 등대지기가 하던 일이 무선으로 가능해지기도 했지만 등대지기의 임무는 여전히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일은 어두운 바다를 밝히는 등명기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 밤에도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촛불 300만개의 밝기로 바다를 비추는 등명기는 등대 맨 꼭대기에 있어 등대지기들은 장비 점검을 위해 하루에 두 번 이상 12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내린다.

안개가 끼거나 눈·비가 와 시야가 흐려질 때는 무선 신호기를 작동시켜 등대가 음파표지 역할을 하게 해줘야 한다.
또 3시간마다 해양기상을 관측해 기상청이나 해운조합 운항 상황실, 해경, 어업지도선 등에 해양기상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영도 등대에서 근무하는 등대지기들은 부산항 센터에 있는 128개의 무인 등대도 함께 관리한다.
영도 등대는 2004년 해양문화공간이 생기면서 일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관광객들이 이용한 화장실 청소부터 갤러리·전망대를 관리하는 것도 등대지기의 몫이다.
명절 연휴가 되면 영도 등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나 이들은 더 바빠진다.
김 센터장은 "설날 근무를 위해 차례를 새벽에 지내고 와야 한다"며 "명절 연휴 기간에는 방문객이 더 늘어나 등대지기의 역할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명절 연휴만 되면 이상하게 더 긴장하게 된다"며 "2003년 추석 연휴를 강타한 태풍 매미 당시 오륙도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집채만 한 파도가 등대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와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올해 말이면 오륙도 등대가 무인화돼 부산에는 가덕도 등대와 영도 등대가 유일한 유인등대로 남는다.
유인등대는 줄어들고 있지만 그만큼 등대지기의 숫자도 줄어들어 갈수록 일이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김 센터장은 "명절에 등대에서 지낼 땐 쓸쓸한 마음도 들지만 등대 관리 업무는 하루도 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등대지기가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명절 연휴 소감을 전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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