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부드러워진 대북확성기…北 비방 자제하고 올림픽 뉴스"

입력 2018-02-18 05:00  

"한결 부드러워진 대북확성기…北 비방 자제하고 올림픽 뉴스"
軍 심리전단, 남북화해 분위기 반영해 방송 내용 일부 변경
뉴스 코너 길이 2분→5분 늘리고 北 체제비판 등은 축소한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우리 군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를 반영해 대북 심리전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최전방 지역 확성기의 방송 내용도 일부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 기간 다수의 북한 방문단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하는 등 해빙 무드가 조성된 상황에서 확성기를 통한 상호 비방으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군 당국의 조치로 해석된다.
18일 연합뉴스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군심리전단은 최근 대북확성기를 통해 평창올림픽 소식을 방송했다.
올림픽 소식을 추가하기 위해 뉴스 코너의 길이를 기존 2분에서 5분으로 배 이상 늘렸다고 한다.
확성기를 운용하는 심리전단은 합동참모본부 심리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방송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의 남북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전단은 또 방송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남과 예술단 공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등의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남북화해 분위기를 반영한 내용을 대폭 늘리면서 김정은 정권을 비방하거나 남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심리전단은 이와 관련, "확성기의 볼륨이나 방송 시간 등은 변경하지 않았다"며 "현송월 단장이나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 사실 등을 방송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현재 군사분계선(MDL) 남쪽 최전방에서 신형 고정식 24대와 구형 고정식 10여 대 등 30여 대의 대북확성기를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과 체제 비판' 등을 방송하고 뉴스를 전한다.
북한에도 비슷한 대남확성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MDL 일대 적대 행위를 멈추자고 북한에 제안했고, 대북확성기 방송의 상호 비방 중지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당시 북측에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대북확성기를 모두 철거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매설에 대한 대응으로 11년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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