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일 전후로 해신제·포제·당굿 등 120여개 마을서 이어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1만8천 신(神)들이 산다는 '신들의 고향' 제주.
2018년 무술년 정월(正月·음력 1월을 달리 부르는 말)에 들어서면서 '신들의 고향' 제주도 곳곳에서 주민의 무사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다양한 마을제가 줄지어 열린다.
제주의 마을제는 14일 제주시 애월읍 광령3리 마을포제를 시작으로 도내 120여개 마을에서 계속된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새해 정월을 맞아 처음으로 맞는 정일(丁日) 또는 해일(亥日)에 유교식으로 신에게 세배하는 마을제를 지내왔다.
마을마다 모시는 신의 이름은 '포신', '산신', '해신', '토신'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명칭 역시 포제, 마을제, 동제(洞祭), 해신제, 토신제, 당제, 풍어제 등으로 불리며 전승되고 있다.
마을제를 지내는 날짜도 마을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해신제는 제주시 화북포구에 있는 해신사(海神祠·제주도기념물 제22호)에서 새해 바다에서의 안전한 조업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다. 해신사는 조선 순조 20년(1820년) 제주목(牧) 관문인 화북포구에 목사 한상묵(韓象默)이 처음 세웠으며,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 5일 '해신지위'(海神之位)에 제를 올린다. 올해 해신제는 마을 사정에 따라 3월 17일 열린다.
포제와 당굿도 연이어 펼쳐진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제주에는 남성이 제관이 돼 향교의 석전제(釋奠祭)처럼 유교식으로 지내는 '포제'(酉+甫 祭)와 여성들 중심으로 이뤄지는 무교식 마을제인 '본향당굿'(당굿)이란 마을제가 있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내 포제청에서는 2월 24일 0시를 기해 제주도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된 유교식 포제가 열린다. 이 제례에는 12명의 제관이 나와 마을수호신인 토신(土神) 등에게 제사를 지낸다.
같은 날 한림읍 명월리와 애월읍 곽지·상가·하가리, 구좌읍 월정·행원·김녕리, 조천읍 신촌·신흥·북촌리, 노형동 월랑·정존·광평마을, 아라동 산천단마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난산·오조리 등 여러 곳에서 마을포제가 동시에 열린다.
당(堂)신앙의 메카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5호인 본향당굿인 신과세제(新過歲祭)가 28일 열린다.
송당리는 제주도 무속 당본풀이로 보면 당신(堂神)들의 원조가 되는 수렵·목축신이자 남신(男神)인 '소로소천국'과 농경신이자 여신(女神)인 '금백조(백주또)'가 결혼해 터를 잡은 곳이다.
이 둘 사이에서 18명의 아들과 28명의 딸이 태어났고, 이들과 그 자손들이 뻗어 나가 제주 전 지역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됐다고 전해진다. 송당리가 당신앙의 뿌리이자 메카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송당리 당굿 다음날인 3월 1일 조천읍 와흘리 본향당에서도 본향당굿이 펼쳐진다.
당제(堂祭)도 이어진다.
20일 한림읍 귀덕리 '할망(할머니의 제주어)당', 23일 애월읍 신엄리 할망당 등에서 열리는 당제는 당산신(堂山神)과 같은 제당신을 모시면서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로, 마을제의 또 다른 형태다.
마을굿(당굿)을 한 뒤 풍물을 치며 곳곳의 대지의 신(지신·地神)을 밟아 달라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지신밟기도 25일 애월읍 수산리와 하귀2리 등에서 펼쳐진다.
제주 마을제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례로, 자연과의 친화와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에 미신이라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았다가 1980년대 들어 대부분 부활했다.
제관들은 제례를 지내기에 앞서 2∼3일 동안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며, 제단이 되는 곳의 입구에는 부정한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제례 일주일 전부터 금줄을 치기도 한다.
제주의 정월은 신들의 축제 기간인 셈이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