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 부활 위협에 이란 리알화 폭락세

입력 2018-02-1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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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재 부활 위협에 이란 리알화 폭락세
한 달간 10.1% 가치 하락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로 완화된 대이란 제재를 5월 부활하겠다고 지난달 경고한 뒤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인 이란 리알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란 리알화는 시장환율 기준 14일(현지시간) 달러당 4만9천120리알을 기록,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4만6천 리알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유예를 다시 연장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압박한 뒤 리알화는 한 달간 10.1%나 하락했다.
최근 3개월간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은 19.5% 올랐고 지난 1년을 비교하면 상승률이 27.4%에 이른다.
이란은 원유, 석유화학 제품, 광물, 농산물 분야를 제외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리알화 가치 하락은 국내 물가 인상으로 직결된다.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번진 시위를 촉발한 원인이 물가 폭등이었던 만큼 민생과 직접 연결된 환율 급등에 이란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지 경제지 파이낸셜트리뷴은 14일 '멈추지 않는 환율 상승 질주'라는 제목으로 리알화 가치 폭락을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가가 오르고 원유 수출이 늘어 달러 보유고가 충분하다면서 현재 달러화 대비 리알화 상승이 곧 꺼질 거품이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엔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테헤란 시내의 환전소가 달러화 매매를 중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발리올라 세이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환율 불안은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훼손하려고 시도하는 정치적 환경 탓"이라며 "일시적인 거품으로 투기꾼은 곧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진정되지 않자 중앙은행은 국세청에 외환 대량 매입업자 명단을 넘겨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들 매입업자가 공식 환전소가 아닌 지하 시장을 매입처로 이용하면서 오히려 달러화 가치가 더 높아졌다.
테헤란 경찰은 14일 불법 외환 거래업자 90명을 체포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처음으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환율이 잡히지 않자 정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마수드 칸사리 테헤란 상공·광업·농업회의소 의장은 13일 "현 정부는 과거의 외환 충격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환율을 관리하지 못하는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란 리알화는 2012년 미국이 국방수권법을 제정해 원유 수출을 갑자기 제한하자 달러당 1만 리알대에서 수일만에 3만리알대로 환율이 뛰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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