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모든 생산과정 인증기관에 투명하게 공개
(파주=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한류 영향으로 무슬림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할랄시장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음식은 채소 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서는 닭고기, 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할랄인증을 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고 복잡해 선뜻 진출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국내 첫 국제 할랄인증 도축장은 생산공정 전 과정이 일반 도축장과는 달랐다.
이 도축장은 이지바이오 계열사인 닭고기 가공업체 '자연일가'가 운영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할랄 인증기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랍표준측량청(ESMA),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개발부(JAKIM), 싱가포르의 이슬람종교위원회(MUIS), 인도네시아의 울라마협회(MUI) 등 네 곳이다.
자연일가는 지난해 말 이 중 ESMA에 등록된 인증기관인 JIT(Japan islamic trust)로부터 파주 도축장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거의 모든 이슬람 국가로의 제품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도축장에 들어서자 무슬림 도계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경동맥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축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의 이슬람 율법을 따른 것으로, 일반 도축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기충격기 등 기계 사용이 금지된다.
한쪽에는 이슬람의 성지(聖地)인 메카(Mecca) 방향으로 절을 할 수 있도록 카펫이 비스듬히 깔린 기도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도축 작업을 하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근로자는 "매일 새벽 3시께 일어나 기도를 올린 뒤 출근하고, 작업할 때마다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가장 위대하다)라고 기도를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닭을 비롯해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모두 취급하는 일반 도축장과 달리 파주 도축장은 할랄 전용 도계장으로만 운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축된 닭고기를 운반할 때 역시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전용 운반 차량만 이용해야 한다.
공장 내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CCTV로 촬영하는 모든 생산공정은 인증기관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뿐만 아니라 인증기관에서 직접 상주 직원도 공장에 파견한다.
이렇듯 인증 관리·감독이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는 만큼 생산 속도는 일반 도축장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식품안전 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 자연일가 측 설명이다.
신계돈 자연일가 대표이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국제 할랄인증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식품위생·안전 관리가 '퍼펙트'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무늬만 할랄' 식품이 음성적으로 계속 유통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국내를 여행하거나 체류하는 무슬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축장을 시범 가동 중인 자연일가는 내달 1일부터 온라인몰, 할랄 전문 프랜차이즈, 도매상 등을 통해 할랄 닭고기 제품을 본격 유통할 계획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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