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웅에서 불명예 퇴진까지…무가베 이어 주마도 역사 뒤안길

입력 2018-02-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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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웅에서 불명예 퇴진까지…무가베 이어 주마도 역사 뒤안길
애틀랜틱 "짐바브웨, 앙골라, 남아공서 집권당이 지도자 거부하는 양상"
BBC "남아공 민주주의 원기 왕성"…유권자에게 2019년 대선이 기회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아프리카에서 한 때 국민 영웅이었던 지도자가 오랜 통치 기간 부패,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면서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로버트 무가베(94)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37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데 이어 14일(현지시간) 제이컵 주마(75)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아프리카의 정치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남아공 대통령에서 즉각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당과 지지자들이 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면 수용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한 뒤 약 9년 만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뇌물수수, 성폭행 등 여러 의혹을 받았고 임기 동안 8차례나 의회의 불신임 투표를 겪는 등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이날 사임 발표도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사퇴 명령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로벤아일랜드에서 수감생활을 한 반(反)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운동의 카리스마적 영웅이 모욕적인 최후를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주마 대통령은 처음에 수백만 남아공 국민,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으나, 재임 중 수없이 많은 위법 행위로 명예가 더럽혀졌으며 이제 부패의 대명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주마 대통령의 퇴진으로 아프리카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이 생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집권당으로부터 사임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물러나는 양상이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퇴진 때와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가베 전 대통령 역시 주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백인 정권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국민 영웅이었지만, 오랜 독재와 경제 실정으로 인해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마저 등을 돌려 결국 퇴진했다.
시사종합지 애틀랜틱은 ANC가 자신들의 리더를 거부하는 것은 아프리카 일대 다른 정당이 지나온 경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사임한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과 38년간의 집권 끝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스스로 물러난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전 앙골라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프리카에는 이 밖에도 32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비롯해 1989년 쿠데타 이후 29년째 통치 중인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28년째 재임 중인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등 장기 집권 지도자가 많은 편이다.
1994년 집단학살을 제압한 반군 전사 출신으로 국가 재건 영웅으로 불리는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도 지난해 3선 연임에 성공해 사실상 20년 가까이 집권 중이다.
다만, 애틀랜틱은 앙골라나 짐바브웨와 달리 남아공은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해도 민주주의가 역동적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가오는 2019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ANC가 계속 통치할지를 결정할 기회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도 "주마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지만 남아공은 젊다"면서 "원기 왕성한 민주주의는 온전하다"고 평가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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