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폐지 주워 생계 유치…임대주택서 60대 장애아들과 생활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명절이지만 갈 곳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요. 가끔 봉사원만 와도 반갑고 눈물이 납니다"
설 연휴 첫날인 15일 청주시 서원구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장금녀(92) 할머니는 좁은 방에 앉아 연신 눈물을 훔쳤다.
평생 식당일을 비롯해 안 해본 일이 없었던 장 할머니는 손과 발에 거친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집안은 빈 방바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지와 집기류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그는 지난 40년간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었었다. 3년 전 겨울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다친 뒤에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후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한 달 30만 원가량을 받으면서 장애가 있는 60대 아들과 함께 지낸다.
횡성이 고향인 할머니의 남편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됐다.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6·25 전쟁 때 피난 내려와 청주에서 살게 됐다.
장 할머니는 "아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고물상에서 소일거리를 한다"면서 "늘 그렇지만 명절에는 더 쓸쓸하고 외롭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가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다.
홀몸노인이나 하루 벌이로 생계를 잇는 사람이 대부분인 탓에 쓸쓸한 죽음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3일 이 아파트에서는 40대 남성이 숨진 지 닷새 만에 발견됐다.
혼자 거동이 불편한 장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집에서 쓰러졌다가 자원봉사자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적십자 봉사원 홍경의(70·여)씨는 "우연한 기회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집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했다"면서 "당시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치료를 받아 가까스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장 할머니의 집안 곳곳에는 대낮에도 바퀴벌레가 기어 다닐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청주시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가족, 장애인가족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 3천125가구가 있다.
시 관계자는 "영구임대주택은 신청을 받아 운영하며 2년마다 재계약해 최대 50년까지 이용 가능하다"면서 "3천여 가구 중 70%가량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영구임대주택에는 친지나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긴 상태로 혼자 지내는 사람이 많다"면서 "명절에는 자원봉사자 발길도 끊기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황량하다"고 전했다.
한 복지관은 장 할머니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전과 과일 한 접시씩 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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