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영양, 소금·설탕·지방과 각종 첨가물 많아서로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가정에서 만든 음식과 달리 각종 첨가물 등을 넣어 공장 등에서 만든 양산 빵을 비롯한 이른바 '고도 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을 많이 먹을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 연구팀은 프랑스 성인 약 10만5천명을 18년 이상 추적조사한 결과 식단에서 고도 가공식품 비율이 10% 증가하면 몇몇 암 발병 건수가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유방암 위험 증가 폭이 컸다.
연구팀은 더 큰 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이런 상관관계가 확정된다면, 이는 현재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고도 가공식품 소비 추세가 이대로 가면 향후 수십 년 내 암 발생 부담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고도 가공식품은 첨가제와 보존제, 방부제, 향료, 착색제 등이 들어가 있고 흔히 당분과 지방, 소금 함량이 높다.
BBC방송은 대표적 고도 가공식품으로 대량생산해 포장한 빵 종류, 감자칩 등 달콤하거나 짭짜름한 스낵류, 초콜릿바와 사탕, 각종 청량음료와 가당음료, 미트볼, 치킨 또는 피시 너겟, 인스탄트면과 스프, 유통기한이 긴 냉동 및 즉석식품, 설탕과 기름과 동물성 지방만으로 또는 주로 이 재료료 만든 식품 등을 들었다.
고도 가공식품이 비만은 물론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질환과 관련 있음은 이미 알려졌으나 암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질병 등의 사전 예방 원칙으로 고도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도록 공식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영양학적으로 고도 가공식품의 개념이 모호한 데다 암 발생 원인은 흡연, 운동 부족, 칼로리 과다 섭취 등 매우 다양하므로 고도 가공식품의 암 발생 증가 간 상관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식음료업계는 비만과 식품 섭취 관련 질환은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어서더 조사가 필요하며 전체 식단과 생활방식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개별 영양소나 성분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추가의 대규모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인들은 참작하고 제외한 채 계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흔히 고도 가공식품은 가공과정에서 이로운 영양성분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에선 전반적인 영양의 질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당분, 지방, 소금과 특히 각종 첨가제 등이 암 발생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를 확인하고 정확하고 세밀한 원인과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비만포럼(NOF) 대변인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이 과학자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가공식품에 설탕과 지방, 소금 등이 너무 많으므로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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