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쉬는 시간에 등장해 관중 열기 끌어올려
수호랑 옷 속의 민경호 씨 "춤추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가 열린 15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이승훈(30·대한항공)의 폭풍 같은 레이스 직후 찾아온 정빙 시간에 경기장 중앙 무대로 DJ KOO(구준엽)와 댄서들이 들어와 이미 한껏 달아오른 경기장의 열기를 더욱 달구기 시작했다.
DJ KOO 못지않게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는 함께 등장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이었다. 수호랑이 음악에 맞춰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자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미 국내외 소셜미디어상에서도 화제가 된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의 흥 많은 분위기 메이커 수호랑의 주인공은 졸업을 앞둔 공대생 민경호(26·강남대 산업시스템공학과) 씨다.
15일 만난 민 씨는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원래 흥이 넘치는 성격"이라며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해본 것도 '수호랑' 역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베뉴 곳곳에서 활동하는 수호랑이 여러 '마리'(?) 있지만, 경기장에서 흥을 돋우는 수호랑은 딱 세 마리다.
평창에서 두 마리, 강릉에서 한 마리가 경기장을 돌며 선수와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밖에 올림픽 파크 등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수호랑들은 보통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맡는다.
민 씨는 강릉을 책임지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강릉아이스아레나(쇼트트랙·피겨), 강릉하키센터와 관동하키센터, 강릉컬링센터에서 공연한다.
선수들 입장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직접 스케이트를 타는 퍼포먼스도 한다.
민 씨는 "춤을 출 때는 따로 정해진 것은 없고 프리스타일로 춘다"며 "워낙 캐릭터가 귀여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귀여워 보인다"고 말했다.
두꺼운 수호랑 옷을 입고 춤을 추면 추운 빙상장에서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수호랑 눈이 너무 높게 달려있고 간격도 넓어서 콧구멍으로 앞을 보는데, 그나마 여러 겹으로 막혀 있어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 넘어진 적은 없지만 넘어져도 연기의 일부인 것처럼 대처할 생각이라고 한다.
요새 평창 최고 스타 중 하나인 수호랑은 어딜 가든 인기가 많다. 아이스아레나처럼 관중석 근처에서 공연할 때는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관중에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다.
'동심 파괴'를 막기 위해 민 씨는 사람들 앞에서 수호랑 탈을 벗어도 안 되고,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경기장엔 인간 민경호로 들어갔다가 대기실에서 수호랑으로 변신해 공연한 후 다시 인간이 돼서 나온다.
민 씨는 "사람들이 다짜고짜 때리거나 꼬리를 잡아당겨도 그러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안 아플 줄 알고 때리시는데 꽤 아프다"라고 애로사항을 토로하면서도 "사람들이 환호하면 즐겁게 해드렸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호랑은 우리 선수들과 국민을 수호하는 캐릭터"라며 "수호랑으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