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의병장 후손' 테니스 텐(25·카자흐스탄)이 고조할아버지의 조국에서 치른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 쇼트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를 실수하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텐은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개인전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0.77점에 예술점수(PCS) 39.35점을 합쳐 70.12점을 기록,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97.61점)에 27.49점이나 모자라는 결과를 받았다.
첫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 실패가 치명적이었다.
텐은 쇼트프로그램 연기 시작과 함께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했지만 두 바퀴밖에 돌지 못하면서 '무효 요소'로 처리돼 0점으로 처리됐다.
그나마 이어진 트리플 악셀(공중 4회전 반)과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뛰어 점수를 쌓는 듯했지만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마저 인정받지 못해 0점을 받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연기를 끝냈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텐의 할머니다.
민긍호 선생은 1907년 8월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이에 저항해 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켜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이는 등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ISU 홈페이지에 있는 텐의 선수 이력에도 '한국의 유명한 장군 민긍호의 후손'이라고 표기돼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싱글 동메달리스트인 텐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열린 아이스쇼를 준비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재활에 집중해 힘겹게 올림픽 무대에 올랐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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