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별세 헨리크 공 "칭호 불만·불공평 대우" 토로…수백년 왕실 전통 깨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덴마크 여왕의 부군 헨리크(83) 공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세상을 떠나는 순간, 곁에는 배우자인 마르그레테 2세(77) 여왕과 왕자인 두 아들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헨리크 공이 아내 곁에 매장되는 것을 거부하고 여왕도 이런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왕 또는 여왕 부부가 왕가 무덤에 함께 묻히는 수백 년에 걸친 덴마크 왕실 전통도 깨지게 됐다.
16일 CNN 방송과 덴마크 언론 등에 따르면 1967년 결혼한 헨리크 공이 오랫동안 자신의 역할과 칭호에 불만을 가진 것은 비밀이 아니고, 이런 불만은 숨지기 전 몇 년 사이 점점 더 커졌다.
덴마크 왕실 측도 지난해 8월 헨리크 공이 사후 부인 곁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히자 원했던 칭호와 역할을 갖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인정했다.
프랑스 태생인 헨리크 공은 30대 초반 영국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던 1965년,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당시 왕위 계승 예정인 마르그레테 공주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이듬해 약혼을 했고 그다음 해에 결혼했다.
헨리크 공은 결혼 직후 '여왕의 배우자'를 뜻하는 '프린스 컨소트'(prince consort) 작위를 받았다. 마르그레테가 1972년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자신의 칭호도 '킹 컨소트'(king consort)로 격상되기를 강력히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헨리크 공은 자신에 대한 대우가 다른 유럽 왕가의 관례와 다르지 않다는 해명을 들었음에도 여왕과 동등한 배우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수십 년 전에는 TV 방송에서 따로 월급을 받지 않아 부인에게 담배 살 용돈을 달라고 해야 하는 처지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고, 이후에야 공무에 따른 급여과 직원을 받게 되기도 했다.
헨리크 공은 2016년부터 모든 공적 활동을 중단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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