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고 '주인 모르는 땅' 건설업자에 등기 이전한 법원 직원들

입력 2018-02-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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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받고 '주인 모르는 땅' 건설업자에 등기 이전한 법원 직원들
울산지법, 소속 직원 2명에 징역 1년6개월∼2년 선고…"사법부 신뢰 훼손"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아파트 신축에 필요한 도로부지 등기를 업자에게 이전해준 법원 공무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건설업체 대표인 A씨는 2013년부터 울산시 남구에 아파트 신축을 추진했지만, 사업부지에 포함된 도로부지 170㎡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도로부지의 지분권자가 48명에 달했는데, 수십 년간 소유권 변동 없이 방치된 땅이어서 지분권자나 지분권 상속인이 누군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당 도로부지 면적은 아파트 전체 사업부지의 0.34%에 불과했지만, 이 부지 소유권이 없으면 아파트 착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업체 임원 B(51)씨의 친구가 울산지방법원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법원의 친구에게 도로부지 등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해보라"고 권했고, B씨는 이를 수락했다.
결국 B씨는 친구 C(48·7급)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전달했다. C씨는 자신의 몫으로 1천만원을 챙기고, 나머지 2천만원을 법원 등기업무를 담당하던 D(47·6급)씨에게 건넸다.
이에 D씨는 아파트 시행사가 사업에 필요한 도로부지를 지분권자로부터 매입한 것처럼 '신청착오에 의한 소유권 경정등기'를 했다.
경정등기는 기존 등기에 원래부터 착오나 오류가 있어 그 등기가 실체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시정하고자 해당 부분을 정정·보충하는 등기다.
이를 계기로 A씨는 1천182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완료할 수 있었다.
울산지법 형사11부(정재우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3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전자기록 등 위작과 부정처사후 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는 징역 2년과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하고, 2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뇌물을 주고 법원 직원들을 포섭한 B씨는 뇌물공여 등을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D씨는 등기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처리한 후 금품을 수수했고, 그 금액이 적지 않아 책임이 매우 무겁다"면서 "C씨 역시 법원 공무원으로서 신분을 망각한 채 동료에게 부정한 부탁을 하고 금품을 공여하였고, 그 자신도 청탁에 대한 대가로 적지 않은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고, 묵묵히 직무를 수행해 온 법원 구성원들과 조직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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