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 아이슬란드는 동계올림픽에서 아직 '노 메달'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하계 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나라로는 역시 북유럽 국가를 들 수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은 동계올림픽의 대표적인 강국들이다.
노르웨이는 동계올림픽에서 2014년 소치 대회까지 금메달 118개를 획득, 하계 올림픽 통산 56개의 두 배 이상을 따냈다.
스웨덴은 하계에서 145개, 동계 50개 금메달로 하계가 더 많지만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를 낸 나라다.
그러나 노르웨이, 스웨덴과 함께 북유럽의 대표적인 나라인 덴마크는 동계올림픽에서 낸 성과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덴마크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1998년 나가노 대회 은메달 1개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전통적인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 보기 어려운 여자 컬링에서 따낸 메달이다.
같은 북유럽인 노르웨이, 스웨덴과 덴마크가 동계올림픽에서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내는 것일까.
덴마크의 위치가 북위 56도로 북위 62도인 노르웨이, 스웨덴에 비해 다소 남쪽이기는 해도 엄연한 '북유럽 국가'다.
인구수는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550만 명 정도로 비슷하고 스웨덴은 1천만 명 정도 된다.
그러나 노르웨이, 스웨덴보다 덴마크가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별 볼일'이 없다.
노르웨이인 아버지를 둔 스키 국가대표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에서 스키를 잘 못 타는 사람에게는 '덴마크에서 왔느냐'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덴마크가 왜 동계 종목에 약한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주변 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노르웨이 NRK 방송의 야스민 호엘 기자는 "노르웨이에는 산이 많이 있지만 덴마크는 거의 평지로 이뤄진 나라"라며 "또 실제 기후도 노르웨이가 더 춥고 눈도 많이 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엘 기자는 "덴마크 동료 기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 나라는 동계올림픽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한다"며 "덴마크는 이웃 나라지만 동계 스포츠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노르웨이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팀 닥터를 맡은 마르크 야콥 스트라우스는 "덴마크는 눈이 드물기도 하지만 눈이 오더라도 하루 만에 다 녹는다"고 전했다.
덴마크 사람인 스트라우스는 "사실 덴마크에는 동계 스포츠의 전통이 많지 않다"며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와 핸드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덴마크도 컬링이나 아이스하키에서는 어느 정도 기량을 갖췄다"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진출한 선수 수를 보면 덴마크가 노르웨이보다 적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로만디 지역 라디오 기자인 얀 해슬러 역시 "네덜란드도 산이 없는 나라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이라며 "덴마크가 빙상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투자가 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없다. 나라 이름인 아이슬란드(Iceland)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결과다.
아이슬란드는 하계 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가져갔다.
노르웨이 출신 호엘 기자는 "인구가 30만 명 정도로 워낙 적다"고 이유를 짚었고, 해슬러 기자는 "춥고 눈이 많은 아이슬란드가 동계올림픽 메달이 없는 것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가 북위 65도라 겨울에 워낙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스키 연습을 할 시간이 적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해슬러 기자는 "그렇다면 밤에도 할 수 있는 크로스컨트리는 잘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호엘 기자는 "아이슬란드는 바람이 워낙 강해 야외에서 하는 스포츠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무엇보다 스키에 대한 전통은 노르웨이, 스웨덴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고 단언했다.
덴마크 출신으로 노르웨이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팀 닥터로 일하는 스트라우스는 "처음에 내가 덴마크 사람이라고 하자 노르웨이 대표팀에서는 '아, 그래?' 라며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방송국에서 일하는 호엘 기자는 "덴마크가 핸드볼을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우리가 더 세다"며 은근한 우월감을 숨기지 않았다.
덴마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 선수 17명, 아이슬란드는 5명을 내보냈다. 덴마크와 비슷한 인구의 노르웨이는 선수 109명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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