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인도서 온 자원봉사자 야나씨의 기와불사 "남북의 평화를"

입력 2018-02-17 14:26  

[올림픽] 인도서 온 자원봉사자 야나씨의 기와불사 "남북의 평화를"
런던·소치·리우에서도 자원봉사 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평창=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는 아시아다."
인도 델리에서 온 자원봉사자 야나 베이(58) 씨에게 마지막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고 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유럽, 남미, 동남아 등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다들 미국 젊은이들처럼 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지루한 곳이 되겠냐. 모두가 자기를 낳아준 역사와 전통, 고유한 유산이 있다. 그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다른 안목에 여운이 남았다.
각국 취재진의 부스가 모여있는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인도인 자원봉사자가 일한다는 말에 흥미를 느껴 인터뷰 요청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을 섭렵하고 네 번째로 이번 평창올림픽까지 찾은 올림픽 자원봉사계의 달인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각국 취재진을 지원하는 뉴스데스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앞선 대회들에서도 대 언론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고 했다.
그는 인도에서 35년간 뉴스 기사를 써온 베테랑 저널리스트였다. 1997년 홍콩 반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했다고 했다.
"사실 인도에선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데, 지금은 휴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에 기여하면서 쉬고 즐기려고 왔다. 지금도 4개 언론사를 위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은퇴 후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언론인처럼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귀국하면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도 쓸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처음인데 인도처럼 혼잡하지 않고 정돈이 잘 돼 있어서 좋다. 평창의 눈 덮인 산을 보니 인도의 히말라야가 생각난다."
그는 히말라야에서 등반을 즐기고 스키도 탄다고 했다. 취미가 어드벤처 스포츠여서 관련 책도 썼다고 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 같다고 했더니, "인도도 파키스탄과 17년째 휴전 상태지만 간헐적인 분쟁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싸움을 멈추고 올림픽을 함께 즐겼다. 남북이 처음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이루고 선수단이 공동 입장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설악산의 암자를 찾아 1만원을 내고 기와불사(기왓장에 소원을 비는 문구를 적어하는 축원)를 한 얘기를 들려줬다. 사진을 보니 흔들바위 옆의 계조암석굴이었다.
"함께 갔던 동료에게 부탁해서 한국어로 써달라고 했는데, 모든 사람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계조암석굴의 관음전 천장에 보이도록 붙여두고 왔다는 동기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남북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두 나라 사람들의 평화와 자유를 기원합니다."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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