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미대화 앞세우고 남북정상회담은 기대치 조절

입력 2018-02-17 19:16   수정 2018-02-17 19:19

문 대통령, 북미대화 앞세우고 남북정상회담은 기대치 조절

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기대 많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일각의 성급한 기대에 속도조절 나서…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 우선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다소 성급한 관측과 높아진 기대감에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로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 대해 정치권과 언론의 기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같은 발언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미 간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현실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김 특사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초청 의사를 전하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다층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나, 남북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데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특히, 한반도 갈등의 핵심축인 북미 간에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야 남북 정상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확고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과 2007년 상황을 복기해보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며 "무엇보다 미국과의 조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북한에 강경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때나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해 2월 북한 비핵화 초기 단계 조치를 담은 6자 회담 2·13 합의가 나오면서 우호적 환경이 만들어져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서둘러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보다 우선, 동맹국이자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청와대의 기류에 비춰볼 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로 여길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가 6·15 또는 8·15 등으로 정상회담 시기를 특정해서 언급하거나, 대북특사 후보군을 언급하는 식의 관측은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첫발을 떼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각종 보도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 템포만 늦춰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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