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F 간판 저널리스트 볼프 공격…판데어벨렌 대통령 "근거없는 비난 안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잇따른 나치 연루 스캔들로 비판을 받는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이 이번에는 공영방송을 공격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자유당 소속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에 공영방송 ORF의 간판 저널리스트 아르민 볼프의 사진과 함께 "거짓말이 뉴스가 되는 곳이 있다. 바로 ORF다"라는 글을 올렸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ORF 수신료도 폐지하겠다면서 ORF가 '좌편향'돼 있다고 비난했다.
볼프는 "정치인이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한 건 처음"이라며 즉각 슈트라헤 부총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ORF는 슈트라헤 부총리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볼프를 유럽에서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빈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면서도 재치있는 인터뷰로도 유명하다.
자유당은 최근 오스트리아와 이웃 국가의 교통부 장관들이 모인 회의를 ORF가 보도할 때 자유당 소속 노르베르트 호퍼 교통부 장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호퍼 장관은 2016년 대선 때 자유당 대선 후보로 나서서 결선투표까지 갔다.
자유당이 이런 내용을 문제 삼자 ORF 쇼 프로그램에서는 앵커들이 앞으로 호퍼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해야 할거라는 풍자적인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16일 티롤러 타게스차이퉁 인터뷰에서 "공적 토론의 장에서 근거 없이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거나 무례한 표현을 하는 것은 안된다.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행위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징적 국가수반인 오스트리아의 대통령이 정치 이슈에 개입해 발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슈트라헤 부총리는 이튿날 다시 페이스북에 사순절을 앞두고 올린 '풍자'라고 발을 뺐다.
자유당은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이 되면서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자유당은 연정 구성 후에도 자유당 몫의 내무부 장관이 난민 수용 시설을 짓겠다면서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썼다가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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