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실격 아픔 딛고 1,500m 금 딴 후 감격의 눈물
"4년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교차"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최민정(성남시청)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
최민정은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그동안 훈련과 경기를 치르고 다니느라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었다"라며 "나를 희생해준 가족들을 위해 여행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고 싶은 곳'을 묻는 말엔 "엄마가 원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최민정은 "엄마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된다"며 인터뷰 내내 엄마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올림픽을 1~2주 앞두고 엄마가 제게 손편지를 써 주셨는데, 그 편지를 선수촌에 가져왔다"며 "경기 전날이나 힘들 때 읽으면서 위로받았다"고 했다.
편지 내용을 묻자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너를 항상 믿고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최민정은 "엄마가 제 경기가 끝나고 나면 입술이 부르터 계시곤 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내가 경기를 뛰면 엄마가 더 힘들어하고 걱정하셨다"고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최민정의 표정은 이날 엄마가 오셨는지에 이르자 다시 환해졌다.
최민정은 "내가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기도드린다고 그러셨다"면서 "그런데 제가 말한 게 신경 쓰이셨는지 오늘은 오셨다"며 웃었다.
그는 "엄마는 경기 기간에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귀여운 이모티콘만 보내주신다"라며 "지난 500m 경기를 마친 뒤에도 그랬다"고도 덧붙였다.
최민정은 지난 500m 결승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실격처리됐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500m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최민정은 눈물을 펑펑 흘렸지만, 곧바로 일어나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러고는 이날 마침내 시상대 꼭대기에 서서 다른 의미의 눈물을 쏟았다.
최민정은 "힘들게 준비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다는 점에서는 앞선 눈물과 같지만, 성적이 반대였으니 또 다른 눈물이었다"며 "4년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니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교차한다"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또 "올림픽은 운동선수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대회라 끝날 때까지는 계속 여러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500m 실격 이후 SNS에 툭툭 털어버리겠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네 종목 중 첫 종목인데 연연하면 다른 종목에 지장이 생기는 만큼 잊으려 했다"며 "애초에 500m는 도전하는 종목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에이스라는 평가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묻는 말엔 "그런 부담감은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준비를 잘했으니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뛰기로 했다. 마음을 비웠기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는 앞서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한국체대)이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오늘 밤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최민정은 "푹 쉬고 다음 종목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재미없는 모범답안'을 내놓아 잔잔한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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