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용역보고서 "국철 빚더미…평생고용 없애고 적자노선 폐지해야"
노조, 내달 대규모 장외집회…"구조조정 추진 시 철도 총파업"
![](https://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7/09/12/PEP20170912118601003_P2.jpg)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집권 2년 차를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빚더미에 앉은 철도공사(국철)를 수술대에 올려놓자, 노동계가 반발해 대대적인 '춘투'를 예고했다.
17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제2 노조이자 공공부문 최대 상급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오는 3월 22일 전국적 규모의 장외집회에 철도 노동자들을 합류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가 '빚더미'에 앉은 프랑스 철도공사 SNCF의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장시릴 스피네타 전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의 의뢰로 작성해 총리실에 제출한 보고서는 SNCF의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농어촌 지역의 군소노선들을 과감히 없앨 것을 권고했다.
특히 SNCF의 평생고용 보장과 조기퇴직 혜택을 없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SNCF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프랑스 철도 근로자의 평균퇴직 연령은 57.5세로, 다른 민간 부문의 평균 62세보다 낮다. SNCF 임직원이 남들보다 일찍 정년퇴직한 뒤 연금혜택을 온전하게 누리고 있어 부채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현재 SNCF의 연간 적자는 30억 유로(4조원 상당)로, 올해 누적부채는 500억 유로(67조원 상당)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를 받아본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도 "SNCF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af/2018/02/16/PAF20180216088501003_P2.jpg)
SNCF 노사는 정부가 마련한 보고서를 토대로 다음 주부터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논의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테제베(TGV) 등 고속열차 투자에 치중한 나머지 시민을 매일 실어나르는 다른 중소 철도노선들을 방기해 서비스가 엉망이 됐다'면서 오히려 중소노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프랑스 앵테르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얻어맞으면 반격한다. 철도 노동자들이 3월 22일 전국적으로 집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신분과 공공서비스 영역을 지켜낼 것"이라면서 "우린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좌파성향이 뚜렷한 CGT에 가입한 SNCF 소속 조합원은 26만 명에 이른다.
CGT는 정부가 구조조정 계획에 착수하면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CGT가 철도 노동자의 대규모 장외투쟁을 예고한 내달 22일은 공무원 노조들이 이미 파업을 결의한 날이다.
프랑스 공무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공무원 12만 명 감축, 임금동결, 사회보장세 증액 등에 반대해 작년 10월에 이어 이날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올봄 프랑스 노동계의 대규모 춘투는 집권 2년 차 마크롱 대통령을 또다시 시험대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작년 취임 직후 제1 국정과제인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막강한 프랑스 노조들을 상대로 회유와 압박을 병행해 관철한 바 있다.
여당이 의회를 장악한 유리한 상황에서 정부는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대통령 행정명령이라는 우회로까지 동원했고, 결국 기업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노조의 권한을 약화하는 내용의 개정 노동법을 별다른 저항 없이 통과시켰다.
yonglae@yna.co.kr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8/02/08/PEP20180208017001003_P2.jpg)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