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서 이스라엘 기자 질문에 대답한 것 두고 비난 일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에 폴란드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 내용의 '홀로코스트 법안'을 두둔하면서 "폴란드인 가해자가 있는 게 아니라 유대인 가해자도 있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의 유명 탐사 보도 전문 기자인 로넨 버그먼의 질문에 답하던 중 나왔다.
부모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버그먼 기자는 이날 모라비에츠키 총리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폴란드인의 밀고로 나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에 붙잡힐 뻔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이야기를 꺼내고는 이런 개인적 사연을 폴란드에서 이야기할 경우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지를 질의했다.
폴란드 정부가 지난 6일 최종 승인한 홀로코스트 법안의 모순을 꼬집으려 한 것이다.
버그먼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어머니는 평생 폴란드인과 대화하지 않으셨다"며 "이 법의 목적이 무엇인가. 당신들이 세계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키며 이런 잔혹한 행위에 관심만 불러일으키지 않는가"라고 일갈해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홀로코스트 법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폴란드인의 책임을 묻는 발언을 규제하는 내용으로,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뒤 설치한 강제수용소 등을 부를 때 폴란드와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를 위반하면 내외국인 상관없이 벌금 또는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당신이 독일인 가해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폴란드인 가해자도 있었고, 유대인 가해자도 있었고,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가해자도 있었다고 한다면 범죄자로 취급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 법안의 핵심은 "폴란드 강제수용소가 아닌,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라는 점을 일깨워 폴란드의 명예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한 해 동안만 폴란드 대사관이 '폴란드 강제수용소'라는 표현으로 대응한 사례가 260건에 이른다"며 "고발자와 피해자를 뒤섞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 고통받은 모든 유대인과 폴란드인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이 홀로코스트 법안 통과로 인한 긴장 상태를 완화하려는 것이라면 실패했다고 WP는 평가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고위급 인사들도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에 "충격적이다", "수용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임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 보좌역을 지낸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유대인 가해자도 있었다"라는 언급을 지목하며 "부끄러운 대응"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행사에 참석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에 "너무나 충격적"이라는 요지의 성명을 내고 이 사안에 대해 "당장" 대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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