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MB 것' 전제…제3자뇌물 요건인 '부정한 청탁' 필요 없어
'병상' 이건희 회장 또 수사선상에…조사 어려워 기소중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기자 = 삼성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40여억원을 대납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측과 삼성 측 관계자들을 제3자 뇌물수수가 아닌 단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는 법적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단순 뇌물죄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검찰 측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게는 한층 불리하게 수사가 전개될 수 있다.
1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 제출 등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바탕으로 법리를 검토한 결과,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40여억원 대납 행위에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뇌물 액수가 많아 특별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다스 전·현직 경영진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및 이병모·이영배씨 등 '재산관리인'들의 진술, 다스 '비밀창고'에서 발견된 각종 청와대 문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관련 자금 흐름 등 여러 증거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등 국기기관을 동원해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받는 데 관여한 정황이 짙게 드러난 가운데 삼성이 다스의 미국 내 소송비 370만달러(약 45억원)를 부담한 것은 이건희 회장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돈이라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자백'까지 받은 상태다.
검찰은 당시 소송비 지원이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집사' 역할을 한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을 주된 채널로 삼아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이 전 부회장은 당시 그룹 경영을 총괄하던 이 회장에게 각각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 소송비 대납을 '공무원이 관여한 뇌물수수 사건'이라고 공식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단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각종 정황상 다스가 MB 것이라는 결론에 상당히 근접해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이 제공한 돈이 '제3자'인 다스에 제공된 뇌물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 측에 직접 제공된 뇌물로 규정함에 따라 검찰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할 부담을 덜게 된다.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면 성립한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요구할 때 성립한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미르·K스포츠재단 및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금을 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이 부분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반면, 단순 수뢰죄는 부정한 청탁 여부를 떠나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 사이의 직무 관련성(대가성)만을 입증하면 된다. 대통령은 대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산업 정책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가져 법원은 대통령이 연루된 뇌물 사건에서 직무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삼성 소송비 대납 과정을 보고받는 등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를 더욱 명확히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한편, 이학수 전 부회장이 다스 소송비 대납의 최종 결정권자가 이건희 회장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함에 따라 입원 중인 이 회장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 중인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그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기소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작년 '이건희 동영상'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이 회장은 조사가 불가능하고 판단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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