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협회 후원금 받은 트럼프·정치인들 질타…"총기규제해야" 수천명 시위
희생자 장례식서도 1천여 명 모여 추도…"우리 아이들 안전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아람 기자 =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과 미 CBS 방송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총기안전법 입법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시민 수천 명은 '지금 무언가를 하라', '내 친구들을 죽게 하지 말라', '투표로 몰아내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총기 참사가 일어난 파크랜드 소재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인 덜레이니 타는 "총기법 때문에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숨졌다"며 "나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14살 딸을 둔 로리 우드워드 가시아는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이 뭉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라며 이번 총격 사건이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선 총격참사에서 살아남은 이 학교 학생 에마 곤살레스(18)가 마이크를 잡고 눈물을 훔치며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전국총기협회(NRA)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점을 겨냥한 듯 "NRA로부터 기부를 받은 모든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연설을 시작한 곤살레스는 "우리가 이런 총기 참사의 마지막이 될 것이며 우리는 법을 바꿀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시위 참가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문장을 구호로 외치며 화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와서 얼굴을 맞대고 이번 일이 끔찍한 비극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난 기꺼이 그가 NRA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를 질문하겠다"면서 "사실 난 이미 답을 알기 때문에 상관없다. (대통령이 받은 돈은) 3천만달러"라고 강조했다.
또 총격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범의 정신건강을 탓하며 급우와 이웃들이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힐책성 글을 올린 데 대해 "우리는 신고했다. 그가 중학생일 때부터 몇번이고 계속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기성 정치인 못지 않은 곤살레스의 연설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며 그녀의 이름이 트위터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곤살레스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자동화기 소유 여부 결정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살고 죽는 문제다. 정치문제화해서는 안된다"며 소신을 밝혔다.
CBS방송과 인터뷰에선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은 집에서 비통해 하고 있어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않고 여기 다같이 섰다. 우리 대통령이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해주고 기도해주는 것' 뿐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위해선 희생자들이 나서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장례식에서도 몰상식한 총기 참사와 폭넓은 총기 사용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고 CBS는 전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등 1천여 명이 참가한 희생자 메도 폴랙(18)의 장례식에서 그의 아버지 앤드루 폴랙은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19)를 언급하며 "네가 내 아이를 죽였다"고 소리쳤다.
그는 "나는 항상 내 가족을 보호할 수 있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우리 아이들은 안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날 밤에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 있는 NRA 본부 앞에 100여명이 모여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 희생자들의 친구들과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희생자들의 친척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총격범 크루스는 지난 14일 오후 반자동 소총인 AR-15를 소지한 채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 들어가 1시간 넘게 교실 안팎을 오가며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1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크루스는 이 학교 퇴학생으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기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미 사법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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