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신인왕' 고진영, 강렬한 데뷔전으로 성공 예감

입력 2018-02-18 17:36  

'준비된 신인왕' 고진영, 강렬한 데뷔전으로 성공 예감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고진영(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상 최강의 신인으로 등장했다.
고진영은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완벽한 우승을 거뒀다.
지금까지 LPGA투어에서 데뷔 무대를 고진영만큼 화려하게 장식한 선수는 없었다.
67년 전인 1951년 베벌리 핸슨(미국)이 데뷔전에서 우승했지만 지금 LPGA투어 선수층의 두꺼움을 감안하면 비교 대상이 아니다.
역대 최강의 신인왕이라는 박성현(24)이나 전인지(23), 그리고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의 박세리(41)조차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고진영이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진영의 화려한 데뷔는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진영은 검증됐고 준비된 신인이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년 동안 10승을 올렸고 지난 2016년에는 대상까지 차지하는 등 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지난해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도 미국 언론은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US오픈에서도 15위에 오르는 등 LPGA투어에서 우승하고도 남을 기량을 이미 입증한 선수"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호주여자오픈 우승은 고진영이 검증된 실력을 넘어 LPGA투어에 대비한준비가 완벽했음을 입증했다.
고진영은 지난 연말 LPGA투어 진출을 결심한 뒤 철저한 준비에 착수했다.
정상급 선수라면 줄을 잇는 연말 행사와 미디어 노출을 피한 채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로 날아가 한 달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고진영은 뉴질랜드 전지훈련 동안 중점을 둔 부분은 쇼트게임과 체력 강화.
워낙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정확한 고진영은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 샷에 정성을 기울였다.
또 장거리 이동이 많고 출전 대회가 많은 LPGA투어 일정을 겨냥해 강한 체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웠다.
이런 준비는 호주오픈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평균 250야드의 드라이브샷은 거의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1라운드 한번, 3라운드 한번, 그리고 최종 라운드에서 2차례 페어웨이를 벗어났을 뿐이다.
그린 적중률은 무려 84.7%에 이르렀다. 매 라운드 14∼16차례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늘 세 번 만에 그린을 공략한 파5홀에서는 나흘 동안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정확한 티샷과 전략적인 두번째샷, 그리고 핀 2m 이내에 붙는 세번째샷이 고진영의 파5홀 공략 공식이었고 90% 이상 성공했다.
국내에서 10차례 우승해본 경험은 LPGA투어에 새내기라고 해서 희석되지 않았다.
고진영은 3라운드가 끝난 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고진영은 긴장감이나 초조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1타차까지 쫓겼지만 승부처에서 쐐기를 박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최혜진에게 2타차였던 16번홀(파5)에서 3타차로 달아날 수 있었던 버디 퍼트를 놓치고 잠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이어진 17번홀(파4)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우승을 사실상 결정짓는 4.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고진영은 올해 목표를 '1승, 신인왕, 그리고 영어 인터뷰'라고 밝혔다.
데뷔전에서 이미 두 가지를 달성했다. 1승을 거뒀고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TV 카메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영어로 소감과 포부를 말했다.
고진영은 작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 뒤 LPGA투어 진출을 놓고 한동안 고심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 우승으로 덜컥 LPGA투어 카드를 받아쥔 선수들이 대부분 LPGA투어 적응에 실패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10년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실패의 역사를 넘어섰다.
그뿐 아니라 고진영은 신인왕을 넘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다툴 발판까지 마련했다.
박세리, 전인지, 그리고 박성현이 걸었던 길이다.
데뷔전에서 보인 샷과 경기 운영, 그리고 멘탈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LPGA투어는 또 한 명의 한국 출신 강호를 만난 셈이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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