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여야 의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귀향활동에서 파악한 설 민심을 전했다. 이번 연휴 기간 의원들이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단연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민생 문제가 밥상머리 화제로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문제에 관심을 보인 시민들도 많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여야 각 정당은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설 민심을 전했다. 하지만 해석은 당별로 너무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폭넓은 기대를 확인했다면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민심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여야가 크게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라면서 "남북이 긴장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데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민심을 전국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및 안보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면서 대여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하루빨리 이를 바로 잡아주기 바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설 민심은 '싸우지 말고 일을 하라,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올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6·13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조금만 노력하면 민심을 담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에 대한 해석도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은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도 많은 분이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 정권은 또 한 번 북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오히려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을 적대시하는 친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민생국회가 민심"이라고 전하면서도 국회 파행의 책임은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설 민심을 엄중히 받들어 2월 임시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민생현안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여당을 여당답게, 정권을 정권답게 만드는 것도 야당의 몫"이라면서 "여당의 유감 표명이 없다면 국회운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설 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애써 외면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설 민심을 제대로 청취했다면 여야는 파행 중인 2월 임시국회부터 서둘러 정상화하기 바란다. 한국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하면서 2월 임시국회는 '빈손 국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말로는 2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한 치의 양보 없이 책임공방만 주고받고 있어 2월 임시국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민생국회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늦기 전에 2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19일 이뤄지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임시국회 정상화 해법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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