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 연설…유럽사법재판소 관할권 문제 등서 양보 시사
브렉시트 제2국민투표 가능성은 일축… "영국 국민은 이미 결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연례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에 새 안보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다른 EU 정상들에게 기존의 융통성없는 조직 구조나 뿌리 깊은 이념 문제를 일단 제쳐놓고 새 안보 파트너십 문제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새 안보조약 체결을 브렉시트(Brexit) 최종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유럽 어디에 있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시급하게 조약이 시행되게 해야 한다"면서 "EU 회원국들 역시 중요성을 알고 있다. 논의를 지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안보조약 체결에 대한 대가로 유럽 사법 관할권에서 영국이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영국이 EU의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이나 검찰기구인 유로저스트(Eurojust), 유럽 체포영장과 같은 범유럽 반범죄 기구 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할 경우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감독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EU 기구에 참여할 경우 영국은 ECJ의 관할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EU 역시 영국이 주권을 가진 제3의 국가라는 독특한 지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후에도 잠재적인 테러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교류에 있어서 EU와 동맹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핵심 3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뮌헨안보회의 개막에 맞춰 내놓은 이례적 공동성명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또 점증하는 러시아의 위협, 유럽 안보 관련 미국의 역할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유럽 국가들은 협력이 필요하며, 영국은 브렉시트 후에도 EU 곁에 있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이 총리의 연설에 대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안보조약을 다른 분야의 브렉시트 협상 카드로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EU와 영국은 강력한 안보 관계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를 다른 이슈와 섞을 수는 없다. 국방정책이나 외교정책 등과 같이 이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한 제2의 국민투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일축했다.
전 미국 주재 독일 대사를 역임했던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이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영국이 그대로 남아있는다면 모든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하자 회의장에서는 갈채가 쏟아졌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제2의 국민투표 여부에 대해서는 여지가 없다"면서 "영국 국민은 이미 투표를 했고, 우리 정치인들은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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