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표적인 피임 수단인 콘돔을 쓰지 말라고 권해 구설에 올랐다.
콘돔을 사용하면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필리핀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문제가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국민 보건을 외면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일간 필리핀타임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근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콘돔을 쓰면 즐겁지 않다"며 콘돔을 사용하지 말고 무료 피임약을 먹으라고 주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콘돔을 사탕 포장지에 비유하며 "포장을 뜯지 않고 사탕을 먹으려고 해봐라. 그게 콘돔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면라이츠워치(HRW)의 카를로스 콘데 아시아담당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필리핀에서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콘돔의 중요성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콘데 연구원은 "콘돔은 임신을 늦추려고 하거나 원하지 않는 필리핀 여성의 81%에게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며 "콘돔 사용 확대를 통해 필리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신규 HIV 감염자는 2010년 4천300명에서 2016년 1만500명으로 2.4배가량 급증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22년에는 신규 감염자가 1만9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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