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기장삿속 들켰나…유럽 국방자립론에 화들짝

입력 2018-02-19 10:55   수정 2018-02-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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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기장삿속 들켰나…유럽 국방자립론에 화들짝

나토 '무임승차' 비난하다 막상 국방강화한다니 시큰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연합(EU)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회원국들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기대어 '안보 무임승차'를 누린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해온 터라 이중적으로 비칠 수 있는 태도의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이 군사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지배적 의제로 논의됐다.
EU 관리들은 이 같은 선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더 많이 이바지하라고 유럽 동맹국들에 거듭 촉구한 데 따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나토가 낡아 폐지될 조직이라고 저평가한 바 있다.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 달리 작년 5월 나토 정상회의 때는 집단안보 조항에 대한 헌신 의지를 밝히지 않아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했다.
집단안보 체제는 한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나머지 동맹국들이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나토 동맹의 근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EU 회원국들은 자체 국방력 강화의 주요 수단으로 작년 12월 발족한 '항구적 안보 협력체계'(PESCO)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를 대비해 25개 EU 회원국들이 결성한 방어체계로, 기동력 향상부터 새 보병 전투차량 개발까지 17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FT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미국이 대서양 동맹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국방 지출을 늘린다는 독일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런 조치가 오로지 나토의 공동방위만 증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매티스 장관의 이 같은 경계를 더 구체적으로 풀이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EU의 국방 노력 때문에 대서양 결속이 약화되고 나토가 이미 하던 일과 중첩되며 나토에 속한 EU 비회원국들이 차별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후에는 나토 방위비의 80%가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서 나온다"며 "EU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U 내에서는 PESCO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의 저의를 의심하는 시각이 함께 목격되고 있다.
라인하르트 부티코퍼 유럽의회 의원은 "PESCO는 특히 국방 조달절차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국방 조달 절차상 무기 카테고리의 경우 미국은 30개 품목이지만 유럽은 178개라며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까닭이 나토 동맹 약화 가능성이 아니라 자국 방위산업 약화 우려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한 중진 의원은 "EU가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면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가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실제로 유럽 무기산업을 통합한다면 이 산업체가 EU에서 계약을 따낼 것"이라며 "이는 미국 무기수출업체들과의 경쟁이 늘어난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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