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 건조특보…전남 섬, 강원 속초 등 제한 급수
(전국종합=연합뉴스) 남부 지방에서 극성이던 겨울 가뭄이 경북과 강원 영동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몇 달째 이어진 가뭄에 마실 물이 모자라 급수가 제한되는 지역도 차츰 늘고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 피해 면적은 작년의 27배에 달한다.
◇ 산불 피해 209㏊…건조주의보 확대에 산림 당국 비상
19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대기가 매우 건조해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 경보나 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울산·부산·대구 전역, 강원 대부분, 경기·경남·전남 일부에는 건조 경보가 발효 중이다.
메마른 날씨가 지속해 설 연휴에도 전남 구례 지리산, 경북 영덕 칠보산 등에서 산불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112건의 산불이 발생해 209.56㏊ 임야가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건이 발생해 7.79㏊ 피해를 봤던 것과 비교해 면적 기준으로 26.9배에 달한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동기 평균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각각 51.5건, 36.99㏊였다.
지난해 겨울과 올겨울 극명하게 대비되는 피해 면적은 전년부터 이어진 누적 강수량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몇 개월간 건조한 날씨가 산림을 메마르게 해 산불 위험과 피해 면적을 키웠다는 것이다.
2016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천272㎜였지만 지난해에는 967㎜에 그쳤다.
강원 지역 등 적설량도 예년에 못 미쳤다.
삼척시가 노곡 마읍 중계소 적설계로 측정한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적설량은 0㎝였다. 이전 겨울 같은 기간 적설량(110.7㎝)과 비교하면 최악의 겨울 가뭄인 셈이다.
바짝 마른 산림은 불씨가 유입되면 화약고나 다름없다.
이달 11일부터 큰 불길을 잡는 데만 사흘이 걸린 삼척 산불로 축구장 164개 면적에 해당하는 117㏊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청은 전국 지자체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산으로 가는 길목마다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헬기 요원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들에게는 긴급 출동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 경북 청도 운문댐 준공 후 저수율 최저…속초 아파트는 격일제 급수
지난해 8월 2일부터 이달 1일까지 6개월간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454.3㎜로 평년의 79% 정도다.
최근 발표된 생활 및 공업용수 가뭄지도에서 대구, 전남(담양·함평·장성·영광·완도), 경북(영천·경산·청도), 경남(밀양·창녕·양산), 강원(속초) 등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광주시와 울산시, 충남 8개, 전북 2개, 전남 7개, 경남 3개 시·군은 주의 지역이었다.
다가올 영농철 농업용수를 걱정할 겨를도 없이 식수 공급마저 제한되는 지역도 늘어났다.
대구 동구·수성구, 경북 청도·영천·경산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운문댐의 저수율은 8.5%로 평년(43.0%)에 크게 못 미친다. 댐 준공 이후 가장 낮은 저수율이다.
주변 일대에서는 영천댐 하류에서 금호강 물을 끌어다가 공급하는 비상 시설을 만들어 지난 1일부터 시험 통수 중이다.
속초시는 이달 20일부터 아파트 25곳에 격일제 급수를 시행한다.
이달 6일부터는 밤 시간대(오후 10시∼이튿날 오전 6시) 시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전남 완도 노화·보길도는 '이틀 급수, 열흘 단수'라는 유례없이 강력한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신안 안좌·팔금·임자도에서는 격일제로 물이 공급된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7∼8월부터 용수 공급과 제한이 반복되다가 새해 들어서는 급수 제한이 굳어져 주민들의 불편이 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장 가뭄 극복은 물론 항구적으로 농업·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생활 현장에서, 농민들은 하천이나 배수로 물을 최대한 이용하는 등 물 아끼기에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승형, 이정훈, 이재현,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