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이 '울지마, 울지마' 외치니 더 눈물이 났다"
이상화, 올림픽 끝나면 부모님과 첫 금메달 딴 밴쿠버로 여행 계획
(평창=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이제 좀 푹 쉬어. 왜 이렇게 삐쩍 말랐니. 살 좀 찌워야겠어."
'2018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스포츠토토·29)의 어머니 김인순 씨는 하나뿐인 딸을 이제야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표정이었다.
혹시 훈련에 방해될까 봐 쌓아 놓았던 잔소리도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나왔다.
그는 전날 경기장에서 딸과 함께 울었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딸과 똑같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19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P&G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날 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관중들이 '울지마, 울지마'라고 외치는데 오히려 그 소릴 들으니 더 눈물이 났다"며 "기쁨의 눈물이었고 자랑스러운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딸이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3번의 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김씨는 한 번도 현장에서 응원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느 나라라도 달려가 링크장에서 경기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딸이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다른 올림픽도 오고 싶어 하셨는데 내가 긴장될까 봐 못 오게 했다"며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니 당연히 오시라고 했다. 막상 와 계시니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화가 시합을 앞두고 있어서 가족들은 한동안 전화도, 메시지도 잘 안 했다"며 여자 500m 경기가 치러질 때까지 모든 가족이 초긴장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상화 오빠는 경기 일주일 전부터 잠이 안 온다며 밤에 밖에 나가 뛰기까지 했다"며 "상화가 우니까 오빠도 관중들과 함께 '이상화! 이상화!' 외치면서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중 함성을 들으며 딸을 함께 응원하니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상화가 나간 올림픽 가운데 이번 평창 대회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어머니로서 딸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 왔듯 딸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것.
김씨는 "상화는 목표만 세우면 허튼짓 안 하고 그것을 이루는 성격"이라며 "앞으로의 진로도 알아서 잘 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결혼은 해야지"라고 말하고는 "가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어야 한다"며 자신이 바라는 '사윗감 이상형'도 밝혔다.
이에 이상화는 "결혼은 서른두 살 전에는 하려고 한다"고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딸에 대한 은근한 섭섭함도 내비쳤다. 한동안 타지 생활을 하더니 자신이 해 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
그는 "예전에는 내가 해주는 토속 음식을 좋아하더니 이젠 빵을 더 좋아하게 됐다"면서 "게다가 집에 오면 맛난 음식을 잔뜩 해주고 싶어도 체중조절 때문에 못 먹으니 너무 안쓰러웠다"고 했다.
그러자 이상화는 "옛날엔 엄마가 해준 음식이 진짜 먹고 싶었는데 이젠 입맛이 바뀌었다"며 "대신 해외에 있을 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올림픽이 끝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자신이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캐나다 밴쿠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상화가 예전부터 엄마 아빠한테 꼭 밴쿠버 경기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며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김씨는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딸과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고다이라가 고2 때 상화를 보러 한국에 놀러 올 만큼 둘이 옛날부터 절친이었다. 그때 고다이라가 우리에게 낫토(일본 발효식품)를 선물로 줬고 우리는 고다이라를 수원에 데려가 갈비를 사 먹였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이상화는 "어제 경기가 끝나고 내 몸이 저절로 그 선수에게 향하더라"며 "밴쿠버 때도, 소치 때도 그 친구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게임이 끝나면 날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두 부녀는 한국의 여느 엄마, 딸들처럼 티격태격하며 다퉈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얘가 늘 타지에서 생활하니 옥신각신 싸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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