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 분자 결합 쌍으로 알츠하이머 치료 길 연다

입력 2018-02-20 12:00  

형광 분자 결합 쌍으로 알츠하이머 치료 길 연다
IBS "세포 자가 포식 관여 소기관 움직임 관찰 성공"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이 강력한 형광 분자 결합 쌍을 이용해 세포 자가 포식에 관여하는 세포 내 소기관 움직임을 관찰했다고 20일 밝혔다.
세포 자가 포식은 말 그대로 '세포가 자기 살을 먹는다'는 뜻이다.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세포 스스로 생존과 항상성 유지를 위해 내부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면역 현상이다.
자가 포식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세포는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어 죽게 된다.
학계에선 자가 포식과 관여한 두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을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자가 포식 과정 중 분해 효소 영향으로 형광 단백질도 함께 분해되는 탓에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IBS 연구진은 강력한 형광 분자 결합 쌍인 쿠커비투릴 분자와 아다만탄아민 분자의 특이적 결합 원리를 이용해 자가 포식이 일어나는 세포 소기관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살피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형광 분자 결합 쌍으로는 세포 소기관 각각 움직임뿐만 아니라 두 소기관 융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분해 대상인 여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했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고장 난 채 적절하게 분해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먼저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각각에 형광 분자를 붙였다.
쿠커비투릴은 세포 내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자가 포식 과정 관찰을 위해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융합 시에도 형광이 나타나도록 고안했다.
두 소기관이 융합할 때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가 결합하는데, 이들에 붙은 두 형광 분자가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이로 형광이 나타나는 원리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은 "형광 분자 결합 쌍을 이용한 바이오 이미징 기술은 복잡한 세포 변화를 더 세심히 연구하는 길을 열 것"이라며 "이미징 기술을 신경세포에 적용한다면 퇴행성 신경질환 세포 자가 포식 현상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달 25일 독일 응용화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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