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독'이 돼서 돌아온 봅슬레이 대표팀 '평창 올인'

입력 2018-02-20 11:54   수정 2018-02-20 16:35

[올림픽] '독'이 돼서 돌아온 봅슬레이 대표팀 '평창 올인'
8번의 월드컵 중 3번만 치르고 급거 귀국…세계랭킹 최하위로 추락
1차 시기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서 11위…이후 주행서도 실력 발휘 못 해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33·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가 2017∼2018시즌 계획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9일이었다.
당초 원윤종-서영우는 이날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총 8번의 월드컵 가운데 마지막 대회를 제외한 7번에 참가한 뒤 올해 1월 중순 귀국해 평창 트랙에서 훈련하겠다는 게 당초 대표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독일 월드컵 출전 명단에 두 선수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는 것보다 평창 트랙을 한 번이라도 더 타보는 것이 올림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12월) 5일에 귀국해서 현재 평창에 있다"고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결국, 총 8번의 월드컵 중에서 초반 3번의 대회만 치른 원윤종-서영우는 이후 평창에서 맹훈련만 소화한 채 추가적인 실전 경기 없이 곧바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월드컵에서 포인트를 쌓지 못하면서 이들의 세계랭킹은 올림픽 출전 30개 팀 가운데 최하위인 46위로 추락했다.
이는 올림픽에서 독이 돼 돌아왔다.
18일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봅슬레이 2인승 1차 시기에서 원윤종-서영우는 세계랭킹 하위 팀들 간 추첨 결과 맨 마지막인 30번째 주자로 배정됐다.
한 썰매 전문가는 경기 시작 전 이 스타트 리스트를 보고는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며 "결국 홈 이점도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개탄했다.

일반적으로 썰매 종목에서는 출발 순서가 뒤로 밀릴수록 불리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썰매 날에 의해 트랙 위의 얼음이 깎이고 파이면서 노면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는 '윤성빈의 종목'으로 잘 알려진 스켈레톤보다 썰매도 훨씬 무겁고 인원도 2명이라 트랙의 손상 정도가 훨씬 크다.
스위스인 봅슬레이 심판위원장도 경기 시작 전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파일럿'(썰매 조종수) 원윤종이 매끄러운 주행에 실패, 얼음벽에 수차례 부딪히면서 1차 시기 최종 기록은 전체 11위에 해당하는 49초50에 그쳤다.
'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8년을 달려온 원윤종-서영우의 꿈이 사실상 이렇게 좌절됐다.
두 선수는 남은 3차례 주행에서 각각 49초39(3위), 49초15(5위), 49초36(5위)으로 기록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모든 경기가 끝난 뒤 "1차에서 말도 안 되는 기록이 나오니 이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실력이 안 나온 것 같다"며 "원윤종이 자기 주행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윤종-서영우가 받아든 평창올림픽 최종 성적표는 6위다.
물론 이는 한국 봅슬레이가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홈 이점'을 살려 금메달을 따겠다는 당초 원대한 목표를 고려하면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 총감독은 "전략적으로 부족했다. 계획을 잘못 짠 부분이 있다"며 선수들을 두둔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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